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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지하경제...‘부의 상징’ 명품, 나도 갖고 싶다…한국은 ‘짝퉁’천국
국내 한 대형 패션업체는 지난 1월, 10여개 잡화브랜드에 경고조치를 취했다. 내용은 특정 가방 디자인 모방에 관한 것. 이 업체는 고객들에게 판촉물을 보내, 유사상품에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특허청의 한 공무원은 최근 ‘디자인 전쟁’이라는 교양서적을 출간했다. 나이키ㆍ리복ㆍ애플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의 디자인경영 기법을 사례로 들어, 기업이나 지자체ㆍ 디자인 업계 종사자들이 디자인을 상표나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앞서 이야기한 패션업체가 이 책을 보고 미리 대처했더라면 10여개 브랜드가 디자인을 ‘베끼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짝퉁은 본 제품의 인기를 방증하므로, 이 회사의 잘못이라면 ‘유행 대박’을 예감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지키려는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짝퉁’ 가방의 천국이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급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사랑이 각별하기 때문. 특히, 고급 브랜드 가방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인 30~50대 여성들은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으로 자기 과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욕망’이 국내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만나 위조품 시장을 키웠다. 전체 규모만 27조4000억원에 달하고, 이는 세계 10위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모두 지하경제를 이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짝퉁’의 원료 조달과 제조 및 유통 과정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상당부분 세원포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하경제는 이러한 은밀한 거래 과정에 기생해 몸집을 불려나간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의 지하경제 척결 작업에서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품 기업들도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엔 중국제가 부상했다. 과거 뒤쳐져 있던 중국의 위조 기술이 이제는 국내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중국산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도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 짝퉁’ 밀반입이 극성일 수밖에 없다. 관세청이 지난해 단속한 위조품 밀반입 건수는 225건(5475억원)으로, 이중 가방은 루이비통ㆍ샤넬ㆍ구찌ㆍ버버리 순으로 많았다.

‘짝퉁 시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위조품의 원천인 ‘명품’ 브랜드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앞서 나열한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해외 브랜드다. ‘진품’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영국 등에서 수입된다. 일부 제품은 수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보통 사람’은 섣불리 구매행렬에 끼기 어려운데다가, 콧대높기로 유명한 몇몇 브랜드는 해마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진입장벽’은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전달한다. 그리고 위조품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실제 제품 가격에 비한다면, ‘기적처럼’ 적은 비용으로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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