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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만나는 부산 미술, “꿈틀꿈틀 살아있네!”
<이영란 선임기자의 아트 앤 아트>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는 미술가들의 전시가 서울서 개막됐다. 서울 신문로의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은 ‘로컬 리뷰 2013 : 부산발(發)’전을 개막했다.

오는 4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부산의 풍경, 부산 사람들의 삶을 음미해보는 자리다.

성곡미술관은 올해 부산작가 그룹전을 필두로, 지역미술에 대한 미술관 차원의 관심을 제고하고자 특정 지역의 당대미술을 소개하는 로컬 리뷰전을 매년 개최한다. 특히 지명도 높은 작가들을 초청하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미술은 물론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현실에 대해 독특한 발언을 해온 작가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서 지역 미술에 대한 관심은 지난 1980년대 후반 잠시 뜨거웠다. 그러나 최근엔 거의 식은 상황이다. 지역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는 거의 끊겼다. 따라서 성곡의 이번 시도는 그 의미가 자못 크다 하겠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국내에 영미권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는 흘러넘쳐도 우리 지역작가들을 꼼꼼하게 리뷰하는 전시는 좀처럼 없다. 이에 로컬의 특수성, 로컬 작가들이 풀어내는 삶의 풍경과 지역 이슈에 대한 예술적 고민에 주목하려 한다”고 밝혔다.

부산은 한국의 2대(大) 도시임에도 부산시립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정도만 눈에 띌 뿐 미술관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혁신적 부산미술’을 견인해온 실질적 동력은 대안공간과 중견작가들이다. 이들의 치열하고도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그나마 오늘날 부산미술이 기능하고, 몇몇 스타작가가 해외로 뻗어나갔다. 이에 전시는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활약하며 내일을 기대케 하는 작가들과 이들을 독려해온 중진 등 다섯 작가가 선정됐다.

부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허리세대 작가인 심정환은 공허한 인간의 현실을 거울 속 인형에 투영한 그림을 출품했다. 또 멀리 떨어져서 보면 아름다운 꽃무리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붉은 개고기, 또는 생선뼈다귀여서 ‘아뿔사’하고 헛웃음을 짓게하는 회화 ‘Lie on the Sea’,‘Process IV’ 등도 나왔다. 썩은 사회 속 구성원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작품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종국엔 모두 썩어서 흙이 되는 존재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백석(白石)의 시를 그림으로 옮긴 ‘시(詩)의 조건’은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채 자신만의 시작(詩作)활동을 올곧게 펼쳤던 작고 시인에 바치는 오마주다. 


영상불모지인 부산에서 대안공간 ‘반디’ 등을 이끌며 ‘부산비디오페스티벌’을 10년간 꾸려왔던 영상작가 김성연은 섬을 모호하면서도 환상적으로 표현한 영상과 사진을 출품했다. 그에게 섬은 모두를 추억하고 반추하는 운명적 모티프이자, 도약을 위한 여울목이기도 하다.

‘실경(實景)의 작가’ 류회민은 부산 금정산 고당봉과 범어사길, 상계봉, 장유폭포 일대를 사생하며 그린 장중한 먹그림을 내놓았다. 흔히들 부산은 ‘바다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동서로 꼬불꼬불 길이 이어지고, 그 틈새로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모습에서 기실 ‘산의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림은 물기없이 먹색 하나로 그린 칼칼한 그림으로, 부산에 대한 작가의 진득한 애정이 배어 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단단한 부산, 산을 밟으며 만나는 유연한 부산을 강력한 흑백대비로 압축해낸 솜씨가 일품이다.

다섯작가 중 유일한 여성작가인 방정아는 독특한 구성과 표현이 ‘톡’ 쏘는 페이소스를 전해주는 회화를 내걸었다. 여성으로서, 아지매(?)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세상사를 담은 그림은 냉철한 현실인식을 드러낸다.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의지는 애니메이션 속에도 담겨 있다. 


‘파이프 작가’로 불리는 심준섭은 이번에도 파이프 설치작업을 시도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작품은 깊은 호흡소리와 심박동이 변주되며 명멸하는 삶의 기운을 드러낸다. 금속 파이프로 된 상(像)은 바로 인간이다.

성곡미술관은 부산전시에 이어 강화(2014), 제주, 광주, 창원 등 국내는 물론,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히로시마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국내외 로컬미술의 특성을 살필 예정이다. 출품작은 회화, 설치, 영상 등 40여점. 02-737-7650

이영란 선임기자/yr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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