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놔 두자니 비리, 순환하자니 재판 지연…법관 인사 딜레마
2001년 정부는 ‘군납 유류 입찰 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SK에너지 등 5개 정유회사를 상대로 1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손해액 산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 환송을 거쳐 2011년부터 서울고법이 심리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결론이 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 담당 재판부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원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집단소송이나 1+3 대입 국제 전형을 둘러싼 행정소송 등 국민의 권익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건은 물론이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비리와 같은 형사사건도 재판부의 인사교체로 재판이 지연될 상황이다.

재판이 지연될 뻔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해마다 대규모 인사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법관들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판사들의 생활 근거지가 대부분 서울에 있고, 퇴임 후에 변호사 개업을 하는 데도 용이해 서울 근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역법관제 정착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방에서 근무하기를 자원하는 판사들에게 계속해서 한 지역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법관제가 실시되자 판사가 지역 토착민과 유착하는 이른바 ‘향판 비리’가 대두했다. 최근 비리 사학 설립자에게 석연찮은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 준 사건이나 광주지법 선재성 판사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법관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순환 근무를 시키자니 재판이 지연되고 지역에 정착시키자니 비리가 불거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지역법관제도 개선과 법관 윤리교육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현행 법관 인사 방식은 사법의 관료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향판 비리는 지역 법조 문화와 판사 개개인의 윤리가 결부된 문제인 만큼 다른 식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