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첫 국무회의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이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적격’은 7명, 겨우 청문회에 턱걸이한 ‘미흡’은 2명, 야당이 아예 반대한 ‘부적격’은 4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부적격’ 장관들은 향후 국회에서 야당과 적잖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적격 사유 1위는 도덕성=‘부적격’ 낙인이 가장 짙은 장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법사위 청문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함께 적혔다. ▷안기부 ‘X파일’ 수사의 ‘편파 수사’ 논란 ▷과거 수사 경력에 따른 공안 정국 조성 우려 ▷수임료 과다 수령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 ▷5ㆍ16 등에 대한 역사관 부족 등이 부적격 사유다. 황 장관이 ‘정부의 칼’로 불리는 검찰을 이끌 법무부의 수장이고,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청문회도 살벌했다. 애초 전문성이 부각됐지만, 청문회에 임하며 불성실한 태도가 지적받으면서 결국 야당이 부적격 꼬리표를 달았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도 부적격 낙인이 받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역량, 전문성은 적격 의견이지만 양도소득세 탈루, 위장 전입 등 도덕적 흠결이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부적격 판단을 피하지 못했다. 여성위 청문보고서는 보유 주식 신고 누락 및 증여세 회피 의혹 등을 고려했을 때 부적격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흡 장관은 친박 장관?=‘부적격’ 판정은 없었지만 ‘미흡’ 평가를 받은 턱걸이 장관도 있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인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참여한 최측근으로, 야당으로부터 강한 칼날을 받아 ‘미흡’ 의견을 단 채 청문회를 통과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야당이 미흡 의견을 단 채 청문회 문턱을 넘었다. 윤 장관은 친박계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넓은 범위의 친박 인사로 볼 수 있다.
▶적격 1위는 윤성규 환경, 유진룡 문체=‘부적격’이나 ‘미흡’이란 꼬리표 없이 적격 판정을 받은 장관들도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 장관은 야당이 제기한 아파트 위장 전입 등 도덕성 의혹이 청문회에서 충분한 해명됐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여야 모두에 ‘적격’ 의견을 받아 청문회를 통과했다. 야당 측의 배려로 예정보다 일찍(11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도 병역 회피 의혹과 논문 표절 등이 쟁점이 됐으나, 대체로 무난하게 청문회를 치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외통위 청문보고서에는 “통일 정책을 원만하고 균형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기재됐다. 논문 중복 게재와 음주운전 경력 등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