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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반지 · 시계 대신 노트북·스마트폰…IT 전당포 뜬다
일부는 장물 처분 창구 악용도
1990년대만 해도 동네마다 하나씩 전당포가 있었다. 입학을 앞둔 자식들을 둔 어머니들은 결혼식 때 가져온 예물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술값이 떨어진 대학생들은 차고 있던 시계도 맡겼다. 급전이 필요했을 때, 입고 있던 옷이라도 벗으면 당시 몇 천원이라도 빌릴 수 있었다.

돈 쪼들린 서민들의 제2금융기관 역할을 했던 전당포. 수많은 세상 사연을 품고 있던 전당포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전당포를 하고 있는 이상덕(60) 씨는 “손님들이 맡겨 둔 물건들을 다 찾아가면 폐업할 생각”이라며 “10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에 5~6명은 왔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명 오면 많이 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계속 적자가 나고 있어 딴 일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000개 정도의 전당포가 남아 있다.

전당포 업주들은 전당포가 문을 닫는 것은 맡길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금값 상승의 영향으로 금 거래가 많지 않은 편이라 금을 맡기러 오는 사람이 적다. 주 수입원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금을 대신해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 전자제품을 담보로 돈을 빌리러 오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맡아둔 이들 정보통신(IT) 기기들이 나중에 도난신고 제품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잦아 장물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한 전당포 업자는 “잘 아는 점포주는 값 나가는 다량의 통신기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가 장물아비로 몰려 며칠간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며 “그 뒤 주인이 가게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가의 정보통신기기 거래가 잦아지면서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IT 전당포’가 등장, 전당포업계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07년 서울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하나 둘 생겨나 현재 140여곳이 성행 중이다.

국내 최초로 IT전당포를 시작했던 주홍렬(40) 하이머니 관리부장은 “현재 전국에 IT전당포 업체가 90여개가 있다. 무등록 업체 50여곳까지 포함하면 140여개에 달한다”면서 “전자제품의 모델명, 구입시기, 제품상태만 파악하면 쉽게 시세를 산출할 수 있다. 통상 대출은 담보물 시세의 50~60% 수준이며 월 3%의 이자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 시 별도로 신용정보조회를 하지 않아 훔친 물건이나 대여한 물품을 가져와 현금화하려는 이들이 많다.

주 부장은 “신분증을 요구한 뒤 구성품을 확인하고 의심이 들면 고객을 돌려보내는 등 원천적으로 장물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10명 중 2~3명꼴로 기한 내 찾아가지 않는 유질물(流質物: 고객의 담보물품)이 발생하고 있다. 유질물 중 상당수가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병국ㆍ민상식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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