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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세대 뛰어넘는 소통의 아이콘…정작 옆사람과는 단절 딜레마
스마트폰의 두 얼굴
스마트폰 하나면 가족·연인, 언제 어디서든 대화 가능
회사내 업무도 복잡한 보고·절차 없이 신속하게 처리
개인·집단간 소통 통로 제공…일상생활 필수도구로 자리잡아



캐나다의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언은 자신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에서 근대적인 인간을 ‘구텐베르크 인간’이라고 불렀다. 그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통한 책의 대량보급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재창조했고 근대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에서 그는 TV는 눈의 확장, 라디오는 귀의 확장이라는 설명을 통해 미디어는 곧 인간 감각의 확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금, 인간사회의 주요 미디어로 스마트폰이 자리잡았다.

2012년 12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약 3272만명. 이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의 약 61%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기계매체를 넘어 인간사회의 소통을 증진시키는 스마트폰의 진화는 현재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인간’이 출현한 것.

▶세대를 넘는 소통의 도구=박인호(54) 씨는 요즘 스마트폰 메신저에 푹 빠졌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물론 대학생 아들과도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메시지만이 아니다. 유행하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아들에게 보내기도, 받기도 한다. 박 씨는 “사춘기 이후 아들과의 대화가 뜸해지고 있었는데, 부담없이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집에서도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한 번은 아들이 메신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더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 했던 무뚝뚝한 아들이 그 이후 메세지 끝에 하트를 보내거나 기프티콘(선물을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쿠폰)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만 사용해 모든 대화를 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자연스럽고 부담없이 가족 간의 소통을 즐기고, 나아가 실제 대화에서도 친밀감을 느끼는 장점이 더 많다”고 스마트폰 예찬론을 펼쳤다.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소통한다=김주혜(28ㆍ여) 씨의 남자친구는 미국 유학 중이다. 하지만 김 씨는 언제 어디서나 남자친구와 대화를 한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일상의 인사를 묻고, 화상채팅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통화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은 물론 ‘무료’다.

김 씨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비싼 국제전화 요금 때문에 전화통화도 오래하지 못했고, 얼굴이라도 보려면 화상채팅용 카메라를 컴퓨터(PC)에 연결하고 마이크까지 준비해야 했다”며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공짜로 언제 어디서든 남자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 간 딸이 있는 전인숙(58ㆍ여)에게도 스마트폰이 효자다. 지난해 딸이 출산하자마자 화상채팅 앱을 통해 손자의 얼굴을 봤다는 전 씨는 “물론 직접 얼굴을 보는 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멀리 떨어진 가족을 이어주는 끈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내(我)가 있는 세상에서, 또 다른 내가 가고 싶은 스마트폰 세상. 그 스마트폰 세상에서 타인(他人)과 스마트한 소통을 할 수도 있지만, 정작 내 옆에 있는 실제적 타인과는 벽을 쌓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은 두 얼굴을 갖고 있는 야누스와 비슷하다. 아 이놈의 스마트폰이라니….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복잡한 의사전달은 NO, 시장님과도 직접 의사소통한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민과 직접 소통한다. 트위터 계정(@wonsoonpark)을 통해 직접 시민에게 시정 방향을 알리는 것은 물론 시민의 불만사항을 듣고 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시장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인이나 기초단체장에게도 스마트폰은 시민과의 직접 소통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직장에서도 스마트폰은 효과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견기업 간부인 김모(45) 씨는 “급한 일이 있으면 팀원끼리 단체채팅방을 개설해 즉각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복잡한 보고와 절차 없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개인 간은 물론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소통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소통기제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트위터를 예로 들며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나 작은 모임의 경우에만 가능했던 휴대전화 등 이전의 매체와 달리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의 파급효과가 훨씬 커졌을 뿐 아니라 소통의 방식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슈퍼플랫폼(super platform)’에 비유했다. 메시지 전달의 수단뿐만이 아니라 뉴스 등 정보의 소비는 물론 생산과 유통까지 모든 일상활동의 기반(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이어 “스마트폰이 맥루언이 말한 감각 확장이란 측면에서 신체의 장기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인간의 기본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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