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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 없는 라인업에 자만까지…한국야구‘타이중 참사’로…
WBC 1회전탈락 반면교사 삼아야
야구팬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지켜본 대만과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최종전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1,2회 대회 선전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던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긴 채 쓸쓸히 대회를 마감했다. 국제무대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한국야구에 이번 WBC는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3번째로 뼈 아픈 대회로 남게 됐다. ‘타이중 굴욕’, ‘타이중 참사’로 불릴 이번 대회는 준비과정부터 마지막 대만전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결과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극복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다음 대회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균형잃은 선발=류현진 추신수를 비롯해 김광현 봉중근 등이 이적 혹은 부상 등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불가항력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이번 대표팀 선발은 한명의 선수라도 더 활용하겠다는 치열함이 없었다. 1루수 3명, 유격수 3명을 뽑은 반면 2루수는 정근우, 3루수는 최정 단 1명만 뽑은 것은 많은 지적을 받았다. 물론 이들이 국내 최고의 선수임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부진이나 공백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결국 최정은 부상으로, 정근우는 컨디션 난조로 제몫을 못했고 그를 대체하지 못했다. 박석민 정성훈 오재원 서건창 등 다양한 유형의 백업멤버를 고려할 만 했다. 포수 역시 진갑용이 오승환 전담에 가까웠고, 사실상 강민호 한명으로 대회를 치렀다. 강민호가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했다. 윤희상 유원상 등은 써보지도 못했다.

▶비극의 시작, 네덜란드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과거에 알던 네덜란드와 정예멤버를 총동원한 네덜란드는 달랐다. 하지만 대표팀의 대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이스 윤석민을 내고도 끌려갔지만 반전도 돌파구도 만들지 못했다. 특히 첫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윤석민 이후의 투수 로테이션은 타이밍도 선택도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 1승의 중요성, 동률시 득실차까지 따지는 규정을 간과했다. 1점을 짜내서라도 이기려하거나, 지더라도 점수를 더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 경기가 호주전으로 다소 여유가 있었는데도 뒤진 상황에서 대표팀 경험이 적은 노경은과, 최상의 카드라고 볼 수없는 차우찬을 내보내 추가실점한 것은 안이했다. 필승조를 가동해 실점을 최소화하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야했지만 안이한 투수교체는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큰 경기에 강한 베테랑 이승엽을 묵혀두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오판이라고 할 수 있다.

▶끝없는 타격부진=대회를 앞두고 잇달아 치른 연습경기에서 1득점, 무득점 경기가 이어질 때만 해도 대회가 시작하면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했지만 결국 믿었던 타선은 끝내 침묵했다. 이용규 이승엽 이대호 정도를 제외하면 제몫을 해준 타자가 없었다. 게다가 고비에서 믿고 내보낼 대타감도 많지 않았다.

▶5점차 이상 승리의 부담감=대만전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했던 대표팀은 이마저도 실패했다. 상대 선발 양야오슌이 제구력난조를 보였지만, 주루사와 타격슬럼프로 허점을 파고들지 못했다.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투수들이 올라왔어도, 한국의 타선은 물먹은 솜처럼 자신없는 스윙으로 선두타자 출루나 진루타 등을 만들어내지 못해 7회까지 무득점에 허덕였다. 상대가 먼저 점수를 낸 뒤부터는 조급함마저 보이면서 대승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엄청난 중압감으로 선수단을 압박하고 말았다.

석연찮은 심판판정에 대한 지적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의 결정적 요인이라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단기전인 WBC 대회를 위한 선수선발과 마운드 운영에서 허점을 보였고, 팀 타선의 동반침체가 타이중 굴욕으로 이어졌다.

어차피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두차례 WBC 선전으로 국내에 야구붐이 일었지만, 이번 패배가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문제점을 다음에 반복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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