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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스마트폰이 만든 새로운 ICT 융합 생태계
[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과거 콘텐츠 제공업자(CP) 영업맨들은 휴대폰이 여러개였다.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영업해야 하는 입장에서 011, 016, 017, 018, 019로 시작되는 휴대폰들을 짐짝처럼 짊어지고 다녀야 했다. 절대 갑(甲)인 이통사에 납짝 엎드려야 벌어먹고 살 수 있던 때였다.

그러나 2008년 7월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선보인 뒤 개방성을 화두로 내건 스마트폰 혁명은 ‘이통사-제조사-콘텐츠 사업자’ 간의 갑을관계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생관계로 바꿨다. ‘탱크주의’로 대표됐던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는 성장통을 거치며 ‘스마트’한 소프트 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프트웨어가 지배한다=2011년 8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전격 발표된 직후였다. 이 회장은 “IT 파워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겨우 10년 업력의 인터넷 검색엔진 회사로 출발한 구글이 80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초 상업용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이 빗장을 푼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본격적인 지각변동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설립 이후 유투브 등 100여건의 기업 인수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초대형 IT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은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를 선보이는 등 시장 재편의 핵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경을 초월한 치열한 특허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구글은 최대 2만5000건으로 평가받는 모토로라의 특허를 무기화해 둔 상태다.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가 패권을 좌우할 열쇠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 간의 합종연횡도 복잡한 양상이다.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삼성과 동맹관계인 구글은 삼성의 독주를 견제하며 경쟁사의 신형 스마트폰 양산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열린 MWC 2013(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드러난 삼성의 모바일 운영체제 전략은 ‘안드로이드는 이미 점령했고 차기작으로 타이젠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타이젠은 인텔과 화웨이가 개발중인 OS로 파이어폭스, 우분투 등과 함께 이번 MWC 내내 화제였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기기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했다. 카메라, 게임기, 내비게이터, MP3, PMP 등 각종 기기들이 스마트폰에 밀렸다. 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에 장착된 각종 앱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협업의 시대 열리다=지난해 9월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뒤 가수 싸이와 나란히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파격을 선보였다. 슈미트는 싸이에게 “개방 지향인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인이 강남스타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고 기자들에게는 애플을 겨냥한 듯 “특허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혁신을 중단시킨다”고 꼬집었다.

애플도 한때는 협업의 아이콘이었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앱 개발자들과 수익을 나누며 수평적인 상생관계를 이뤘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나섰던 경쟁사들의 초기 스마트폰은 앞선 기술력을 보였지만 앱스토어의 파워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등 OS 연합군이 형성되며 견고했던 애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정적인 개방성만으로 저항하긴 한계가 있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니의 베타 방식이 마쓰시타의 VHS에 굴복했고 애플의 맥 컴퓨터는 IBM 호환인 PC를 넘어서지 못한 전례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대신 스마트폰이 탄생시킨 SNS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생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셜 게임업체 징가는 페이스북에 ‘시티빌’과 ‘팜빌’을 선보인 뒤 급속도로 성장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들이 늘면서 페이스북 매출의 12%를 징가로부터 거둬들이는 식으로 둘은 함께 커가고 있다.

국내 카카오톡도 무료인 탓에 흑자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고전했지만 게임하기를 통한 다양한 소셜게임을 선보였고 ‘애니팡’ 등 공전의 히트작을 내놓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게임사들은 카톡을 통해 하루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했고 카톡 또한 100여개 인기 게임을 발판으로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미래=모바일 컴퓨팅과 네트워킹의 실현으로 이동중에도 불편함 없이 계좌이체, 증권투자, 쇼핑과 티켓팅, 엔터테인먼트와 학습 등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가트너에 따르면 휴대폰 사용자는 올해 말 75억명으로 인구 1인당 한개 이상을 사용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5년 21억명으로 5년만에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어플리케이션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0년 39억달러에서 2016년 742억달러로 20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앱을 통한 구매액은 2010년 전체 시장 39억달러의 6.9%에 불과했던 것이 2016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앱을 마케팅 플랫폼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나서고 이용자들도 손바닥 안에서 모든 구매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밝힌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2010년 200억원에서 2011년 2000억원으로 10배가 급증했다.

금융회사들도 고객 태도 변화에 발맞춰야 할 때가 됐다. 2003년 칩 기반의 ‘뱅크온’이 모바일 뱅킹의 시초인 국내에서 2009년 1만3000명에 불과했던 모바일 뱅킹 이용자는 지난해 2000만명에 육박했다.

주식시장에서도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한 거래대금 비중이 2010년 1분기 40.6%에서 2년만에 33.2%로 감소한 반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는 1.48%에서 6.9%로 4배 이상 늘었다.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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