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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은 도심서 광란질주 할때…경찰 시스템은 잠자고 있었다
1시간 도주 저지경찰 1명
순찰차 아닌 택시로 추격

112상황시스템 무용지물
실시간 정보공유 헛구호

시민들 “치안불안 위험수위”



지난 3일 새벽. 총기 소지가 의심되는 주한미군 병사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시간 넘게 도주극을 벌였다. 서울시내 30㎞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그들의 도주를 저지하는 경찰은 새내기 순경 한 명, 그것도 순찰차가 아닌 택시를 타고서였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무법질주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일 오후 11시53분께 경찰 112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이태원동 H 호텔 앞에서 누군가가 공기총인지, 새총인지를 쏘면서 간다”는 긴박한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용의자인 주한미군 병사들은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을 추격한 경찰은 경력 2년이 갓 지난 임성묵(30) 순경 단 한 명뿐이었다.

뒤늦게 경찰이 인근 도주로에 순찰차를 배치했지만 이미 용의자들은 녹사평역을 떠난 뒤였다. 이후 미군 병사들은 이태원에서 광진구 자양동까지 12㎞를 질주해 쫓아온 경찰관을 들이받고, 도주가 시작된 용산까지 또다시 17㎞의 거리를 질주했다. 30㎞의 무법질주에서 그들을 막아선 경찰은 임 순경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C3(CommandㆍControlㆍCommunication)’로 불리는 경찰의 112 종합상황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는 C3가 제 기능을 못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은 사건이 보고된 후 “사건 현장 인근 순찰차 및 형사기동대 차량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고, 여타 순찰차와 인접 경찰서 전체 순찰차는 주요 도주로상에 긴급 배치할 것”이라는 무전을 보냈지만 미군의 광란을 막을 수 없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갖춰진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한 경찰의 훈련, 경험 부족을 드러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선 경찰들이 추격 훈련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훈련 부족뿐만 아니라 추격 과정에서 적극적 대응을 꺼리는 제도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범인 추격에 있어 상세한 매뉴얼과 상시적 훈련은 물론 ‘긴급추적권(hot pursuit)’이라는 법적 제도가 있어 현장 경찰의 총기 사용 등 적극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추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의 과도한 대응 논란 등의 문제가 제기돼 현장 경찰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훈ㆍ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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