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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힐링, 이제는 유기농 시대다> “비싸도 믿으니까” 불황 모르는 ‘에코 캐시카우’
웰빙위해 좋은 먹거리 과감히 투자
백화점·마트 유기농 브랜드 매출 급증

유기농 농가수 1만6733호 12년새 46배
올 시장규모 3조9845억원 전망






유기농 식품이 ‘금맥(金脈)’으로 조명받고 있다. 장사가 안돼 고전하고 있는 백화점ㆍ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매출 상승세가 단연 발군인 것으로 나타난 게 관심을 모으게 하는 1차 요인이다. 극심한 불황 속 고가의 상품임에도 유기농을 새삼 주목케 하는 것은 단순 소비재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높일 산업으로서의 잠재력도 감지돼서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 웰빙(Well-being)을 위해 ‘좋은 먹거리’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오가닉(Organic) 열풍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은 재료로 만드는 유기농 제품은 단위면적당 재배ㆍ생산비용이 높아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인 소비자는 이런 ‘가격 장벽’을 뛰어넘어 고정고객군으로 빠르게 유입되는 경향도 포착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유기농 식품이‘에코 캐시카우(친환경 현금창출원)’로서 신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국가산업 측면에서도 유기농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유기농 농가 수는 2000년 353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6733호로 46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농산물(유기농ㆍ무농약ㆍ저농약 포함) 생산도 연평균(2007~2011년) 12.2%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올해 3조9845억원으로 전망된다. 2020년엔 전체 농산물 시장에서 시장거래액의 20%대인 6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층의 먹거리’로 다룰 단계는 지난 셈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유기농 산업은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럽 선진국은 유기 농산물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유기농 식품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이 유기농 식품을 전략 수출품목으로 육성하면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국내 유기농 식품ㆍ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회ㆍ위협 요인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다룬다. <편집자주>

 
유기농 식품‘ 전성시대’가 열리는 분위기다. 불황인데도 고가의 유기농 채소, 과일, 주스 등의 매출이 늘고 관련 제품을 파는 체인점도 증가 추세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건강에 좋은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백화점ㆍ대형마트에선 유기농 식품 매출 신장률이 10% 중반대로, 이들 업체 전체 매출 신장률을 크게 웃돈다. 이마트 서울 황학점 유기농 매장에서 고객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유기농 식품체인점 초록마을. 50대 중년 부부가 유기농 빵을 고르고 있었다. 이들은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단지 안에 이런 유기농 매장이 있어서 반갑다”며 “값이 좀 비싸더라도 안전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유기농 식품을 애용한다”고 했다.

기자가 이날 약 30분간 이 점포에 머무는 동안 20~30대 젊은 주부 10여명이 식음료 구입을 위해 들락날락했다. 이들은 식품에 표시된 유기농ㆍ무농약ㆍ저농약 등 농약ㆍ화학비료 잔류검사에 따른 등급과 가격을 꼼꼼하게 따진 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점장 최미숙 씨는 “매장을 운영한 지 20여일밖에 안됐는데 가입회원이 700명을 넘었다”며 “배달주문도 하루 30~4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사가 잘되는 다른 지역 점포는 하루 매출이 최대 700만원, 한 달에 7000만~1억원 정도 된다”며 유기농 가격이 일반 식품 대비 20%가량 비싸다고 할 수 있는데 유기농을 먹던 사람은 먹게 된다”고 덧붙였다.

불황에도 유기농 식품은 승승장구다. 웰빙 바람으로 10여년 전부터 유기농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최근 2~3년 새 채소부터 과일, 주스, 과자, 설탕에 이르기까지 유기농 식품이 새로 생겨나고 인기몰이를 하면서 ‘유기농 전성시대’가 온 분위기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농산물 인증은 4007건에 달했다. 전년(3257건)보다 23.03%나 늘어났다. 이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가 시행되기 전인 2000년 194건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유기농 인증 마크를 달고 유통되는 제품의 수가 늘어난 만큼 관련 상품도 백화점ㆍ대형마트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날 찾아간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유기농 채소매대를 따로 마련해 ‘오가닉팜’이라는 푯말을 붙여놓고 있었다. 유기농 채소는 일반 상품과 달리 포장을 하지 않은 채 100g 단위로 팔아 상대적으로 싱싱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유기농 식품의 매출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유기농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35%나 급증했다. 한 관계자는 “일반 식품 매출이 11.2% 늘어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라고 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프리미엄 식품관 SSG푸드마켓의 경우 신선식품 중 유기농 식품의 매출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장은 “불황에도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지속적으로 유기농 식품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현대백화점의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인 ‘산들내음’의 매출은 매년 10~20% 이상 늘고 있고, 롯데백화점의 유기농 브랜드 ‘푸룸’은 지난해 12.1% 증가했다. ‘푸룸’ 매출은 6.2%에 불과한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을 크게 앞질렀다. 갤러리아 명품관 내 식품관인 ‘고메이494’에서도 유기농 식품은 지난해 49%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매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 달했으며, 품목 수는 881개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유기농 식품의 작년 매출 신장률은 11.7%로 마트 전체 매출 신장률 9.5%를 크게 웃돌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유기농 상품군 매출은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가닉 열풍’은 유기농 식품 전문 업체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500여개 유기농 식품을 취급하는 초록마을은 2010년 985억원, 2011년 1155억원, 지난해 1237억원으로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2010년 34개에 불과했던 매장도 지난해 330곳으로 불어났다.

유기농 식품이 인기몰이 중이지만 더 많이 보급되기 위해선 높은 가격대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뒤따른다.

홍성원ㆍ도현정ㆍ김현경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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