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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아동음란물 소지자 징역 1000년형의 의미

징역 1000년. 오래 살아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인간 수명을 재판부가 몰랐을 리 없다. 아동 포르노에 탐닉하는 행위는 ‘죽어서도 씻지 못할 중죄’임을 천명코자 했던 것 아닐까.




미국의 한 방송사 사장이 인터넷에서 아동 포르노 2만6000여건을 내려받았다는 이유로 지난주 말 미국 조지아 주 트루푸 카운티 고등법원 재판부로부터 징역 1000년형을 선고받았다. 문제의 피고는 조지아 주 지역 방송사 TV 33의 피터 멀로이 전 사장이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아래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직원과 회사를 방문한 이 여직원 딸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도 받았지만 이전까지 성추행으로 입건되거나 전과를 기록한 사실이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르노 속 어린이 하나하나가 모두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특히 피고가 다운로드한 2만6000여건의 아동 포르노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50건을 각각 징역 20년씩으로 계산해 조지아 주 역사상 최대 형량인 징역 1000년을 선고했다. 징역 1000년. 오래 살아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인간 수명을 재판부가 몰랐을 리 없다. 아동 포르노에 탐닉하는 행위는 ‘죽어서도 씻지 못할 중죄’임을 천명코자 했던 것 아닐까.

이에 반해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유통시키고, 내려받는 행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청소년 음란물 소지자에 대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그나마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음란물 제작자와 소지자를 처벌 강화하는 쪽으로 법안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아동 음란물 유포 소지자 1755명을 검거했지만, “기준이 불분명해 처벌이 지나치다”는 반발에 밀려 이중 7명만 구속하고, 음란물 소지자 대부분에 대해 벌금형 처분을 내렸다.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오는 6월 19일부터 발효되는 법안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아동ㆍ청소년을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하는 죄에 대한 법정형을 5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하는 한편 아동 청소년 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소지한 사람에게 벌금뿐 아니라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기대다. 특히 음란물을 제작ㆍ수입ㆍ수출한 자에게도 강간죄와 동일하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것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징벌을 강화하는 수단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의 개념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애매한 기준이 불필요한 논란과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 없도록 좀 더 명확히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 음란물이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옳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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