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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에선 심장도 얼릴 냉혈한…평소엔 유쾌한 선생님이죠”
뮤지컬 ‘레베카’ 댄버스 부인役…배우 신영숙과 새콤달콤 인터뷰
치켜 올라간 눈, 검은 의상, 어두운 감성,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은 조연의 자리에서 주연만큼의 빛을 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 무표정에 낮은 저음으로 말 몇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일까. 다소곳이 앉아있다 첫 질문에 점잖게 입을 열던 댄버스 부인 신영숙<사진>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장이 고픈 배우,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 활달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눈앞에 있었다.

“댄버스 부인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와도 같은 부분이지만 뮤지컬 댄버스 부인의 노래 속엔 그 감정들이 다 드러나 있죠. 심리를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이 관객이 댄버스 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4년차 배우는 아직도 작품을 통해 배운다. “선한 에너지가 아니라서 어둡고 음침함을 표현할 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1월엔 ‘황태자 루돌프’의 라리쉬 백작부인과 ‘레베카’의 댄버스를 함께 연기하느라 하루는 밝은 라리쉬를, 하루는 어두운 댄버스를 왔다갔다하며 마치 지킬과 하이드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공연 때 다 쏟아 붓고 관객의 박수를 받고 기운을 얻죠. 이후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에요.”

이렇게 팬들 챙기랴, 공연 연습하랴 바쁜 와중에도 꼭 하는 것이 하나 있다. 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자신의 현장경험과 선배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올해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청강문화산업대에서 한 학기 16시간 강의가 잡혀 있다.

1999년 ‘명성황후’로 뮤지컬 데뷔, 이후 긴 무명생활을 거쳐야 했던 그는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으며 뒤늦게 만개했다. ‘모차르트!’ 때문에 ‘황금별 여사’가 되고 뮤지컬 ‘이’때문에 장녹수 ‘마마’님이 됐다. 그가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해 올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무기인 목소리를 갖췄기 때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무기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신영숙은 지난해 4개 작품을 쉬지 않고 연이어 공연했다. 올 상반기도 벌써 두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를 ‘늦되는 배우’라고 표현한 그는 대기만성에 성공은 아니더라도 일단 큰 그릇은 되자고 다짐하는, 매순간 성장을 고민하는 배우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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