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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남자의 유럽이야기, 김수로가 말하는 ‘유럽블로그’
홀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있었던 추억. 유럽 배낭여행의 낭만을 대학로 무대로 옮겨온 음악극 ‘유럽블로그’엔 속깊은 정을 담은 형님이 한 분 계신다. ‘유럽 블로그’에서 능숙하고 여유있게 동욱과 석호의 여행을 돕는 역할로 나온 맏형 종일. 그저 속 없이 긍정적이고 쾌활하기만 한 듯 보이지만 왠지 든든함이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역할을 배우 김수로가 맡아서 그런지 무대 위에서도, 무대 밖에서도 든든한 형일 듯 보인다.

대학로 인근 카페에서 김수로를 만나 그와 그의 작품 ‘유럽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굳이 ‘유럽 블로그’였던 건…=이제는 프로듀서로서도 벌써 다섯번째 작품이다. TV, 영화, 연극무대까지 배우활동을 하기도 바쁠텐데 프로듀서로도 종횡무진, 결국 또 한 작품이 탄생했다.

김수로는 “대학로에 슬프고 절규하고 힘든 생각과는 다른 작품들이 많아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작품들을 직접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김수로 프로젝트’다. 지난 2011년부터 연극 ‘발칙한 로맨스’,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 ‘블랙메리포핀스’, 연극 ‘이기동 체육관’을 연이어 제작했고 다섯번째 작품으로 극단 연우무대와 합작, ‘유럽블로그’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많은 여행지 중에 굳이 ‘유럽블로그’였던 이유는 뭘까. 그는 “관객들이 유럽여행을 좋아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시작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외여행지로 손꼽는 곳, 가고싶은 그곳이기 때문이다.

“제가 93학번인데 그 시기 유럽 배낭여행 붐이 일었어요. 여행 중에선 유럽 배낭여행이 대중들에게 어필한 걸 보고 먼저 알려주고 싶어 블로그 시리즈로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어제 매진된 370명 관객 중 유럽 다녀오신 분들이 30명 이상이더라고요.”

‘남미블로그’의 가능성은 없었을까. 그는 웃으며 얘기했다.

“남미도 생각했죠. 헌데 남미 갔다온 사람은 전체 관객 중 한 두명 있을까. 인도 이후에 남미로 가면 계속 언더그라운드에서만 해야 해요. 미국도 생각했는데 나라론 대중적이지만 여행으론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환상과 고급스런 볼거리, 대중성을 추구한 무대에서 인도 다음으론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유럽이 가장 제격이었다.


▶4~6만원에 떠나는 11박 13일 유럽여행, ‘유럽블로그’=‘유럽블로그’의 시작은 동욱이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내리는 10월 3일. 그가 귀국하는 29일까지, 여행기는 1달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제 배우들이 여행한 것은 11박 13일의 여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블로그’란 이름 덕분에 전작인 ‘인디아블로그’와 비교하지만 ‘유럽블로그’는 ‘인디아블로그’와 시작이 다르다.

전작 ‘인디아블로그’가 오래된 머슬카를 타고 울퉁불퉁한 사막길을 달리는 느낌이라면 ‘유럽 블로그’ 고급스런 세단을 타고 도심 빌딩 숲을 달리는 느낌. 김수로는 “‘인디아블로그’는 장인정신으로 만든 거지만 ‘유럽블로그’는 매니아적 요소보단 대중적인 코드를 더 고려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인디아블로그’에 대한 관객의 향수가 있긴 하지만 여행이란 포맷을 잡은 것은 비슷해도 드라마적 구성, 규모와 관객층은 다른 것이 ‘유럽블로그’다.

인터뷰 전날 있었던 공연은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유럽블로그’엔 김수로, 김재범, 성두섭, 조강현, 채동현, 이규형 등 김수로의 매니지먼트사 로브라더스의 배우 4명이 출동했고 김수로, 김재범, 조강현이 출연한 이날 공연은 관객의 지연입장으로 조금 늦게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배우들이 참 잘 만들었어요”라고 자찬하는 김수로가 강조하는 건 음악. “1유로 1420원”, “단비야 내 돈 갚지마”라고 석호가 절규하며 부르는 노래는 적당히 코믹하고 즐거우며 그 뒤로 흐르는 9곡의 배경음악은 유럽의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배우들이 부르는 6곡의 노래는 전부 창작곡이다.


“궁금하긴 하냐”, “당연하지, 가족인데” 같은 동욱과 종일의 가족애가 묻어나는 대화들, 카톡 대화창 영상, 나타났다 사라지는 단어 등은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부분들. 동욱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장면들, 배우들의 헛웃음 등은 마지막에 깨닫게 되는 디테일한 부분이다.

프랑스 파리, 스위스 루체른과 브리엔츠 호수, 인터라켄 융프라우, 이탈리아 로마, 나폴리, 베로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도시 피렌체,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있는 그곳, 팔라조 아드리아노까지. 300만원의 유럽 배낭여행을 몇 만원에, 그것도 대학로 인기 배우들과 함께한다면 이보다 저렴한 여행이 없다.

김수로가 좋아하는 유럽 여행지는 공연이 끊이지 않는 영국 런던, 인터라켄 융프라우는 관객에게 추천하는 무조건 가야 하는 여행지다.

▶김수로가 ‘유럽블로그’에 담고 싶던 것들=영화 ‘델마와 루이스’, ‘레인맨’, ‘삼포가는길’ 같은 한 편의 로드무비와 같은 감동들을 ‘유럽블로그’에서도 담고 싶어하는 김수로.

“마지막 영상에서 여러 단어들이 나오잖아요. 관객들이 그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고 비슷한 부분들을 찾을 거라 생각해요. ‘저걸 얘기한 거구나’ 관객이 찾아가는 거죠.”

여행에 대한 좋음과 막연함이 건강함, 긍정, 치유 등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겐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희망과 열정을 여기서만 품는 것도 문제예요. 세상에 나가서 싸워보고 외로워도 보고 배려도 알아보고 사람들과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봐야죠.”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능동적인 열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못 담은 것들도 많다. 그의 넘쳐나는 아이디어는 벌써 시즌 2로 이어진다.

“세세하게 소개 안 된 곳도 많아요. 피렌체도 두오모 성당밖에 안 나오잖아요. 이번에 들어가지 못한 부분들을 추가해 시즌 2를 만들겁니다.”

사랑을 버리고 온 동욱, 사랑을 찾으러 온 석호, 사랑에 무관심한 종일, 세 남자가 사랑을 논하는 유럽 배낭여행기가 그가 생각하는 시즌2 ‘유럽블로그’다. 영상도 강화하고 여행지도 2~3군데 더 발굴할 생각이다.

시즌2에, 김수로 프로젝트 차기작에, 중국 여행기에 아직도 프로듀서로 그의 아이디어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 위에 서는 순간 그는 든든한 형 종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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