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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線 · 남도정서가 작업의 뿌리…형상 · 공간의 본질 보여주고 싶다”
20년간 작업 한자리에…만능예술가 김백선 개인전
이 작가의 직함은 한 손가락으로 다 꼽기 힘들다. 화가·건축가·사진가·디자이너·아트디렉터…. 서양과는 달리 장르 간 구분이 엄격한 국내에선 참 애매하다.

‘모든 시각예술은 하나’라며 전방위로 활동하는 ‘만능 예술가’ 김백선(47)이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전관에서 독특한 전시를 꾸몄다. 김백선은 지난 20년간 전통과 현대 사이의 문화적 소통과, 공간과 문화의 연결성을 추구해온 과정을 되짚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 개인전에는 그간 진행해온 프로젝트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을 비롯해 설치작품, 수묵화, 드로잉 등이 나왔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코리안 다이닝’이란 주제로 만든 설치 ‘국수’ 등 공간 디렉팅 작업의 사진과 영상, 사진작업인 ‘대나무’(2012), 기운생동하는 선묘가 두드러진 수묵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백선의 고향은 전남 목포다. 동네 허름한 식당에도 수묵화 한 점쯤은 걸려있을 정도로 문화예술에 있어선 수준이 높았던 예향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길 좋아했다. 

동양의 선과 남도의 정서에 뿌리를 둔 건축과 디자인, 일상과 맞닿는 시각예술을 추구해온
김백선이 흔들리는 대나무를 찍은 사진 작품 앞에 섰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교육자였던 아버지가 연말에 가져온 달력 속 설산(雪山) 그림이 너무 근사했어요. 정신없이 따라 그렸죠. 남농(南農) 허건 등 호남 화단 거장의 그림도 익혔고요.”

중학교 2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손자의 취미를 못마땅해하던 할아버지도 누그러졌다. 목포의 유명화가에게 무릎제자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김백선은 화가에의 꿈을 꿀 순 없었다. 생계가 우선이었기에 목포상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고교 졸업반 응시한 홍익대 미대 주최의 전국실기대회에서 1등을 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대학생(홍익대 동양화과)이 됐다. 대학 4학년인 1989년에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촉망받는 화가의 길’이 예약된 셈이지만 김백선은 엉뚱하게도 디자인및 건축의 길을 택했다. 우리의 삶과 가까운 디자인에 더 끌렸던 것. 이후 그는 건축과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김백선 ‘코리안 다이닝-국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설치장면.                       [사진=학고재갤러리]

경복궁 수라간 자리에 현대의 식문화 공간을 선보인 ‘화풍:경복궁으로의 초대’(2010), 악기장·소목장 등 무형문화재 4인과 공동제작한 ‘서권기문자향’(2009)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안공간 루프 설계, 문화재청 자문위원을 거쳐 요즘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주거공간을 디자인 중이다. 그의 작업은 ‘동양적 선과 자연미를 공간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김백선은 공간의 가치를 자연을 모태로 하는 동양미학 속 ‘사의성(寫意性)’에 두려 한다.

겉으로 드러난 사물의 외형보다는 그 안에 내재된 정신성을 중시하며, 우리만의 선과 정서에서 출발하려 하는 것. 그러나 김백선은 전통을 고답적으로 계승하지 않는다. 뿌리는 전통에 두되, 동시대인이 향유하고 소비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남도(南道)’에 한없이 끌린다”고.

그가 지칭한 남도의 서정은 동양화의 유려한 선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도 형상과 공간에 대한 ‘본질’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좋은 건축·좋은 디자인에 대해 묻자 “진솔한 삶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전시는 3월 17일까지. (02)720-152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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