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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허니문의 달콤함서 실망의 권태기로…이젠 ‘해피엔딩’ 보고싶다
대통령과 국민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대통령과 국민의 연애학...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5년 허니문도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기까지 많은 일이 생긴다. 사랑과 구애, 열정 같은 좋은 일과 반대로 실망과 배신 또 동정 같은 나쁜 일이 함께하는 법이다. 소위 ‘궁합’이라는 신랑 신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보는 점을 치는 것도 그만큼 남녀가 만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나온 동서고금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궁합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지만, 때로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하는 남녀가 이런저런 일로 티격태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도 그래서 한 쌍의 남녀가 만나 이별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어제까지 갑남을녀에 불과했던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시작하듯, 대통령과 국민도 얼마 전까지 수많은 정치인, 그보다 수백, 수천배 많은 유권자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열렬한 애정을 나눈다.

# 1. 구애=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와 결혼했다”며 최고의 러브콜을 아끼지 않고, 국민도 생업까지 내던지며 유세장을 쫓아다닐 정도로 아낌없는 사랑을 주곤 한다. 조선시대 성춘향과 이몽룡,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선거철 대통령과 국민 앞에서는 머쓱해질 정도다.

한 쌍의 남녀가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하게 되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신혼의 단꿈에 빠지듯, 대통령과 국민도 선거 종료 이후 상당 기간 허니문을 즐긴다. 정치학에서 약 6개월로 정의하는 이 허니문 기간에 국민은 대통령에게 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지지율을 선물하고, 심지어 옆 동네 증권시장도 ‘허니문 랠리’로 새 대통령과 국민의 만남을 축복하곤 한다. 

후보 시절 국민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던 대통령들도 취임 후에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 늘 대통령에게 사랑을 주지만, 대부분의 대통령은 받은 만큼의 사랑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은 늘 대통령의 사랑에 목마르다. 
                                                                                                                                                                                            [헤럴드경제DB]

# 2. 열정=대통령도 열정으로 보답한다.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이 취임 초 ‘개혁’ ‘변화’를 외치며 밤낮없이 조금이라도 더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시간도 바로 이때다.

그러나 남녀의 결혼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이런저런 사소한, 때로는 심각한 단점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가 큰 상처가 되며 싸움을 부르는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 3 .실망=대통령과 국민도 마찬가지다. 뜨거웠던 연애 기간이 지나고 신혼의 달콤함도 서서히 사라지면서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원망하는 애증관계로 접어든다. 허니문 기간에는 그렇게 좋아 보였던 대통령의 집권 초 드라이브도 이때쯤이면 국민에게 피로와 스트레스로 느껴질 뿐이다. 50%를 넘어 때로는 80%에 달하던 허니문 지지율도 서서히 연애 시절 수준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국민이 권태기에 빠진 격이다.

대통령 역시 이때쯤이면 국민의 말이나 요구를 ‘원래 그래 왔던 것’으로 치부하는 단계에 접어들곤 한다.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라는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슬슬 나올 때도 이때쯤이다. 

# 4. 배신=문제는 역대 대통령과 국민이 권태기에 빠졌을 때 ‘배신’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곤 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사랑이라는 초심을 잠시 벗어던진 사이, 옆에 있던 측근들은 제 몫 챙기기에 바빠진다. 소위 ‘측근 비리’라는 대통령의 배반이다.

참다 못한 국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시위 소식, 야당의 강도 높은 비판 논평이 쏟아진다. 때로는 탄핵이라는 극약처방까지도 불사한다. 이혼 직전 부부의 모습 그 자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혼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속으로야 ‘뭐 그런 정도 가지고’ 할지언정 겉으로는 대통령의 단골 정국 해법인 ‘대국민사과’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때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췌한 모습으로 TV 카메라 앞에 서서 대국민사과를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잊을 만하면 나오는 측근 비리에 6차례나 대국민사과문을 읽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 비극을 또다시 반복하고 말았다.

 # 5. 동정=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했던가. 국민도 막상 대통령의 사과 앞, 권력을 내려놓은 자연인 대통령에게 동정심을 발휘하곤 한다. 마치 부부가 이혼법정 앞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곤 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한 부부문제 전문가는 “아내여, 남편이여! 당신의 부모를 사랑하듯이 사랑하라”고 이혼위기 부부들에게 조언했다. 사랑으로 출발해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에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대통령과 국민에게도 이 말은 해당된다. 대통령은 대선 당시의 초심을, 또 국민도 허니문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좀 더 행복한 5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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