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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아름다운 퇴장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전광우(63)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새 정부 출범에 앞서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올해 말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품격 있는 신사’라는 평소 별명답게 이번에도 깔끔했다.

전 이사장은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뒷처리는 깔끔히 마무리 지어야겠지요.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사의 배경을 밝혔다. 사실 그는 임기만료 시점인 지난해 말 정부의 1년 연임 요청을 받고 고사했지만 당장 물러나면 기관장의 장기공석이 불가피해 운영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 따라 어렵게 연임요청을 수락했다. 그는 “성공적인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조속히 후임 인선 절차를 밟으려면 지금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그의 퇴장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깔끔한 용모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그만의 스타일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재임 기간에 국민연금 가입자를 늘리고 기관의 신뢰를 제고하면서 기금 운용 능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나름 성과를 얻은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성원해주신 국민과 회사 발전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을 이끈 지난 4년 동안 연금 가입자 입장에선 마음이 든든했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09년, 2010년 2년 연속 두자릿수 기금 운용 수익률을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빅 5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중기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이런 성과는 기금 운용 불안을 일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말까지 4년간 국민연금이 올린 기금 운용 수익은 89조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4년간 올린 순이익(대략 67조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운용 수익과 2000만명으로 늘어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모이면서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392조원에 달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세계적인 위상도 높였다. 세계 4위 규모로 늘어난 기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외로 다변화한 것은 물론, 뉴욕과 런던사무소를 개소해 글로벌 플레이어에 필요한 운용 체계도 구축했다.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에 기여하고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이끈 ‘큰손’이지만, 그의 일상생활은 단출하고 소박했다. 세계적인 연금회사를 운영하는 큰손이지만 개인자산을 불리는 재테크에는 관심이 덜해 가족의 불평을 듣기 일쑤다. 씀씀이가 적어 자린고비라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그가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붙여진 또 하나의 별명은 ‘슈퍼 얼리버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청춘이라고 믿는 까닭에 그의 하루는 항상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60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용모단정한 그가 퇴임 이후 ‘그 열정’을 어디서 불태울지 자못 궁금해진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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