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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한푼 못받아도…캐디들이 줄섰다
“천재골퍼 리디아 고 경기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아마추어 신분에 대회따라 잦은 이동에도 ‘프리랜서 캐디’ 선의 잇따라
“위험한 여행에 동참할 사람 구함.
급료는 적음,
혹독한 추위, 길고 컴컴한 어둠,
끊임없는 위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지 못함.
그러나 성공할 경우에는 명예와 인정!” (1914년, 런던타임스 광고)



100여년 전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남극 탐험을 함께 떠날 대원을 모집하기 위해 게재했던 위의 광고는, 짧지만 가장 위대한 광고 카피 중 하나로 꼽힌다. 부정적인 내용이 가득하지만, 도전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 이 광고를 보고 무려 5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금전적인 보상은 기대할 수 없지만, 아무나 하기 힘든 멋진 일은 지금도 있다. 바로 아마추어 골프 1인자인 ‘천재 골퍼’ 리디아 고(16ㆍ뉴질랜드)의 캐디 자리다.

프로선수의 캐디라면 우승할 때 상금의 10%를 받을 수 있고, 거물급 캐디는 성적과 관계없이 고정급으로 연봉계약을 맺기도 한다. 상금을 받을 수 없는 아마추어 선수의 캐디는 그렇지 않다. 체재비 정도를 대신 내주거나 수고비조로 얼마 건네받는다면 다행이다. 

‘16세 천재골퍼’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대회 장소에 따라 다른 지원자를 기용한다.‘ 프리랜서 캐디’와 짝을 이루면서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일까.

하지만 현재 세계여자골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리디아 고라면 얘기가 다르다.

쟁쟁한 프로선수를 제치고 프로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만 3차례. 10대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실력과 경기운영 능력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리디아 고의 캐디를 하겠다며 자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리디아 고의 캐디가 거의 매 대회 다른 것은 유능한 정식 캐디를 고용할 수 없는 아마추어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회 장소에 따라 다른 지원자를 기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대회에서는 주로 코치인 가이 윌슨이 백을 매지만, 그가 자신의 일 때문에 못 가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 대회: 가이 윌슨                                      캐나다여자오픈: 브라이언 알렉산더

2011년 세계 최연소 프로우승기록을 세운 NSW오픈 때는 스티븐 모브레이가, 지난해 캐나다여자오픈에서는 캐나다인인 브라이언 알렉산더가, US아마추어선수권에서는 어머니 현봉숙 씨가 캐디를 맡았다. 지난주 끝난 호주여자오픈에서는 마이크 헨더슨이 조력자가 됐다.

다음주 참가하는 뉴질랜드 PGA선수권대회에서는 번지점프 관련 일을 하는 리건 피어스가 이미 줄을 서 있다. 피어스의 경우 리디아 고가 번지점프를 하러 갔을 때 “캐디가 필요하면 말해. 내가 언제든지 매줄게”라고 제안을 했고, 두 달 전 어머니 현 씨가 연락을 해와 낙점(?)됐다.

피어스는 “재능있는 선수의 캐디를 맡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굉장히 기쁘다”고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런 선의의 캐디 지원자로 인해 리디아 고는 경제적 부담 없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의 초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 

US아마선수권: 어머니 현봉숙 씨                          호주여자오픈: 마이크 헨더슨

모브레이는 “상금보다 이 일(리디아 고의 캐디)이 좋아서 하는 거다. 경기장 안에서 그의 경기를 볼 수 있으니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만족해했다.

또한 매 대회 캐디가 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리디아 고의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이기도 하다. 캐디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선수는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지난해 4차례나 캐디를 교체해야 했던 노승열이 그런 경우다.

리디아 고는 베테랑 캐디도 아니고,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아는 캐디도 아닌 ‘프리랜서 캐디’와 짝을 이루면서도 세계 최고의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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