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크리스티안 예르비 ‘지휘명가의 아들’보단 ‘열린 지휘자’로
6개의 이야기와 6개의 교향곡. 수세기에 걸친 이야기와 화려한 영상이 화면을 장식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쏟아지고 있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만큼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크리스티안 예르비(41ㆍKristjan Järvi)와 MDR 라이프치히 라디오 심포니. 지휘명가 예르비 가문의 아들 크리스티안이 MDR을 이끌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연주했다.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플래티넘 시리즈 첫번째 공연을 위해 형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티안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MDR과 함께 이런 작업들을 보다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톰 티크베어와 라인홀트 하일, 존 클리멕 세 사람이 작곡한 주제곡을 편곡자(Orchestrater) 짐 프리츠커가 관현악으로 편곡했다. 크리스티안은 톰 티크베어와 영화 ‘향수’도 함께 작업했다. 그는 “톰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그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독일 오케스트라와 작업하고 싶어해서 MDR과 녹음했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영화음악, 팝, 재즈 등 대중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어린시절부터 미국에서 자란 성장배경 때문인지 장르에 대한 경계에서도 자유롭다. 그는 “처음엔 지휘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며 “천문학에도 빠졌었고 레코딩 작업이나 오디오, 비디오 작업하는데 관심이 더 많았다”고 했다. 1980~90년대 미국 MTV세대로 자랐지만 그는 결국 지휘자가 돼서 기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지휘자인 아버지 네메 예르비(76)와 형 파보 예르비(51)와 크리스티안 세 사람을 두고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고 형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등 3개의 악단에서 지휘를 맡은 정상급 지휘자다.

한 집안 사람이라도 성향은 조금씩 다르다. 그는 “아버지는 공산주의 시대 구소련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형은 구소련에서 태어났어도 청소년기에 그곳을 떠나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며 “에스토니아에 돌아와 유럽사람들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파보의 지휘 스타일이 자유롭고 유연하고 유럽식이라면 미국에서 자란 그의 지휘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영향을 받은 미국식이다.

물론 “아버지고 형이니 당연히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크리스티안은 “아버지는 음악적으로 날 강제하지 않았고 나도 내 네 명의 아이들에게 연습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습은 재밌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가 주신 가르침이었다.

형 파보는 자신의 음악적 문제나 여자 문제를 상담해주는 상담자였다. 그는 “다른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형은 매우 따뜻하고 쿨한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했다.

아직 젊은데다 많은 부분이 아버지와 형에 의해 가려졌지만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아래서 LA필하모닉 부지휘자를 지냈고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로열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등에서 객원지휘자로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해 10월 아들의 병간호 때문에 지휘를 취소한 정명훈 지휘자 대신 베를린 필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정명훈이 좋은 기회를 줬다”며 “지구상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한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른 듯 했다. 인터뷰 중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 한국인”이었다는 깜짝 발언으로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 그는 브람스의 곡으로 첫 한국무대에 선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