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6년 혁신 일구고 물러나는 유통의 스티브 잡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유통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CEO직에서 은퇴한다.

홈플러스는 창립기념일인 오는 5월 15일부로 이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 테스코 말레이시아 대표인 도성환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19일 밝혔다.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해 1997년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 현재까지 16년을 CEO를 지내며 홈플러스를 이끌어왔다. 그는 1999년 영국의 테스코와 삼성이 합작회사를 세워 홈플러스를 만들었고, 2007년 홈에버 인수, 2010년 삼성으로부터의 독립 등 굵직한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 홈플러스의 위상을 단단히 지켜냈다.

유통업은 변화가 빠르고 부침이 심하다. 이런 전쟁터에서 이 회장이 16년간 CEO 자리를 지켜왔던 비결은 ‘끊없는 혁신’이었다.

그는 창고형 할인매장 일색이었던 1999년 당시에는 원스톱쇼핑ㆍ원스톱 생활서비스를 지향하는 점포를 선보였다. 이후에는 문화를 접목시킨 감성 점포, 환경을 고려한 그린스토어 등으로 대형마트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끊임없는 혁신 덕에 세계 최초의 매장도 탄생했다. 2011년 선보인 가상스토어는 각종 물건이 진열된 장면을 연출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QR코드를 심어 놓은, 일종의 광고판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바로 홈플러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서울의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처음 가상스토어를 선보이면서 “홈플러스를 여러분의 집 안에 들여놓게 해드리겠다”는 말로 그 의미를 전달했다. 이후 국내 유통업체들도 ‘미투매장’을 선보였고, 영국 테스코 본사가 이를 수입해 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2011년 개원한 테스코ㆍ홈플러스 아카데미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그가 공들였던 일화는 유명하다. 본래 테스코에서 연수원 부지로 홍콩 등 다른 지역을 주 후보지로 물색하고 있었으나 이 회장이 발품을 팔아 인천 부지를 알아보고, 십수년에 걸쳐 테스코를 설득한 끝에 인천이 낙점됐다. 이 회장은 그 동안 수집한 조각품들을 이곳에 기증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쏟기도 했다.


그는 홈플러스 CEO 재직기간인 14년 동안 연매출 12조원을 달성하며 홈플러스를 업계 2위의 대형마트로 성장시켰다. 테스코 본사는 “이 회장 본인이 은퇴할 시기를 결정했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가까이 함께 일하겠다고 동의해줘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홈플러스의 사회공헌재단인 e파란재단의 이사장직을 계속 수행하면서 테스코ㆍ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겸 석좌교수, 테스코그룹의 CEO 경영자문역 등을 맡게 된다. 사회공헌가로서 그가 쓸 인생 2막의 내용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져 있을지 주목된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