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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사적 측면으로 본 미술..박일호가 들려주는 서양미술사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게 서양미술사 책이다. 이에 시중 서점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술사 서적들이 나와 있다. 그런데 대부분 서양학자들이 쓴 것들이다. 또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표현수단까지 다룬 책은 거의 드물다.
미술사가인 박일호 교수(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가 ‘문화와 미술’(CULTURE and ART)이란 책을 펴내며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미술사를 기술한 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저자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이 당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서양의 장구한 미술사를 기술했다.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을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훑으며 미술양식의 변화를 조목조목 살핀 그의 글은 ‘미술은 그야말로 문화의 산물’임을 절감하게 한다. 역사의 흐름과 미술의 변화상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읽는 재미와 함께 상상해보는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박 씨는 “그간의 미술사 책들이 주로 미술사 이즘(주의) 위주로 서술됐는데, 미술도 문화의 산물이라 보고 문화사적 측면에서 주요 작품들을 살펴봤다”며 “또 건축, 지리, 역사 등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 했다”고 밝혔다.
‘미술 작품은 삶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적 형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조형언어’라고 정의한 저자는 “예술은 자고로 그 자체만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예술은 사회ㆍ종교ㆍ도덕ㆍ과학기술 등 다른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요소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그 자체의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저자는 “미술 작품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가지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작가의 생각이며, 다른 하나는 그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다. 미술 작품의 특색과 양식이 그 시대나 사회의 문화적 특색과 관련성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아무리 순수한 미술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 시대의 분위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미술의 역사는 이처럼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투영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 및 대학원(철학박사)를 나와 대전시립미술관장, 2008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역임한 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최근의 문화이론 등 학문 연구를 반영해가며 각 시대별, 지역별 미술의 특징을 성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제 막 미술에 입문한 사람들과 청소년들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서양미술의 기원에서부터 최근의 다원주의 미술까지 미술의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미술이론서들이 난해하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오랜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방대한 양의 서양미술을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냈다.

박씨가 흥미로운 일화를 인용해가며 들려주는 미술사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의 흐름 또한 눈 앞에 선명히 펼쳐진다. 풍부한 컬러 도판을 곁들이고, 참고문헌까지 꼼꼼히 수록해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려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아울러 최신의 혁신적 현대미술도 다루고 있는데 “컴퓨터, 비디오 등 신매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고, 미술도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표현수단을 더 갖게 됐다. 예술 경험의 영역이 커진 것이다. 이는 미술 자체가 변했다기보다 미술품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이 좀더 풍부해진 것이다”고 분석했다.

유구한 서양미술사 속 별처럼 많은 미술가 중 세잔과 르네 마그리트를 특히 좋아한다는 저자는 “세잔은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이루려했던 점이, 르네 마그리트는 구체적 이미지들이 모순된 듯하면서도 지극히 철학적이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가 좋아하는 두 작가에 대해 기술한 페이지를 찾아 읽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미진사 펴냄. 02)336-6084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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