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지난 2011년 6월께 서울 광진구의 한 목욕탕을 찾은 A(47ㆍ여) 씨는 ‘도와 달라’는 목욕탕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욕탕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욕탕 안에는 마사지 기계를 사용하던 B(73ㆍ여) 씨가 감전돼 쓰러져 있었다.
A 씨는 B 씨를 도와주러 들어갔다가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먼저 감전된 B 씨는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욕탕에서의 감전사고는 건물 옥상에 내버려둔 폐전선을 타고 흘러내려 온 빗물이 욕탕 분전반에 스며들어 합선을 일으킨 것이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허경호 판사)은 전기설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부주의로 고객을 사망케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기소된 목욕탕 주인 C(59ㆍ여) 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용하지 않는 전선을 폐기해 누전, 합선 등의 사고를 방지하고 전기가 잘 흐르는 물이 있는 공중목욕탕에 전기설비를 설치할 때 전기안전에 관한 문제를 확인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누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시 전기를 차단하고 입욕객들을 욕탕 밖으로 나가게 하는 등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다른 손님들에게 ‘도와 달라’고 소리쳐 A 씨를 사망케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피고인이 유족에게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전달한 점, 피해자들이 C 씨와 합의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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