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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잿더미된 인사동 화재가 남긴 것…
기자수첩 <현장에서> “종로나 세운상가 뒷골목 같은 데서 불이 나면 끄기 힘들죠. 그런 좁은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호스 2~3개 연결하면 될 것을 10개 연결해서 겨우 불을 꺼야하는 실정이니까요.”

소방방재청 한 관계자의 말이다. 좁은 길에 막혀 소방차가 불구경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서울 구(舊)도심 일대 화재현장의 모습이다. 지난 17일 저녁 8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60여대가 넘는 소방차량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골목길에 진입해 화재진압에 동원된 차량은 10대가 채 되지 않았다. 3층짜리 건물에서 시작된 불기둥으로 이 일대 건물 8채를 비롯, 인근 점포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깜짝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화재가 난 곳은 인사동 ‘먹자골목’이라 불리는 좁은 골목길이다. 건물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어 작은 불씨에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화재에 유의해야 한다”는 당국의 당부성 멘트가 의미 없는 이유다. 불과 4개월 전, 지난해 10월 31일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옆 건물 밀집지역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한 식당에서 불이나면서 인근 건물에 불씨가 옮겨붙어 점포 17개가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에도 발화지점이 좁은 골목 안이어서 소방당국이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났다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데도 대책은 ‘깜깜이’라는 게 문제다. 인사동 등 종로 일대에 지어진 건물 중에는 지은 지 40년도 넘은 낡은 목조건물이 많아 불이 나면 쉽게 번진다. 특히 고궁을 비롯한 관광지들이 많아 화재가 곧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도 화재현장 인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던 한국인 6명과 일본인 1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단의 조치 없이는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좁은 길을 당장 넓힐 수 없다면 화재유의지역을 선정하고 각 건물마다 스프링클러(살수기)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적극적인 화재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음식점 등이 몰려 있는 종로 일대에 소방차 진입로를 주ㆍ정차가 막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단속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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