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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인생 30년 마감하는 황춘자 서울메트로 본부장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서울시 산하 공기업 첫 여성 임원이었던 황춘자(60) 서울메트로 고객서비스 본부장이 오는 25일을 끝으로 외길 30년 공직 인생을 마감하고 퇴임한다.

5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한 그다. 올해 서울메트로(1~4호선)가 출범 30주년을 맞았으니 서울메트로 어느 것 하나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메트로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만큼 애틋하고 아쉬움도 많다.

황춘자 본부장은 “서울메트로는 내 인생 그 자체”라면서 “세월은 지났지만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1984년, 남성문화가 짙은 서울메트로에 입사한 그는 일에서 만큼은 남성보다 더 강한 열정과 추진력을 보여 ‘여성불도저’로 통했다. 교무부장, 계약부장, 노사협력실 급여복지팀장, 지역영업소장 등 거치는 부서마다 그는 변화와 성과를 가져왔다. 2002년 노사협력실 급여복지팀장을 맡았을 때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문제점을 찾아내 700억원을 절약했으며 지역영업소장 시절에는 낙후된 화장실 문화 개선을 주도해 화장실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기업들이 화장실을 개방하게 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역내에 수유실등 여성 편의시설 확충도 여성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성과로 그는 2006년 여성 최초로 홍보실장에 올랐고 3년만인 2010년, 여성 최초로 임원인 경영혁신본부장에 발탁됐다. 이후 기획경영본부장, 고객서비스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고객서비스본부장을 맡은 1년동안은 고객, 노사, 안전 등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 아래 그는 1~4호선 120개 모든 역을 직접 돌았다. 그리곤 ‘고객서비스분야 업무역량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역사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무료 인터넷이 가능해 졌다.

황 본부장은 “여성이라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제약이 되진 않았다”며 “남녀를 떠나 진심과 열정만 있으면 여성이란 점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서울메트로의 여성비율은 5%, 여성 간부는 황 본부장을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그는 리더십 강의를 하거나 승진 시 여성인력 배려 등을 요청할 정도로 여성후배양성에 힘을 쏟았다. 황 본부장은 “기계쪽이 남성이 강하다면, 고객서비스 쪽은 여성이 강하다. 한가지 잣대로 어느 한쪽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여성 보직 부여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 세월이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남는다. 황 본부장은 “경영혁신본부장 시절 65세이상 무임승차에 따른 공사 경영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을 이뤄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서울메트로의 재정적자는 경영부실이 아닌 국가 정책에 의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안전한 지하철 운행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가장 오래된 1호선의 경우 재투자 시기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퇴임을 불과 며칠 남기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화통하고 열정이 넘쳤다.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황 본부장은 “지하철에서의 경험과 공공기관 경영진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관련분야의 경영진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며 “전문성과 경험, 철학이 겸비됐다는 나 스스로의 판단을 꼭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 현재는 파란만장했던 30년을 책으로 정리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며 웃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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