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포기 등의 예상이 오갔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5일 항소하면서 삼성가(家)의 상속소송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했다. 2막은 다른 원고들 없이 이맹희씨만 참여했고, 우선 청구금액을 낮춰 진행된다.

이맹희씨는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이날 오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장 제출 시간은 이날 자정까지였다. 마감 몇 시간을 남겨둔 상태에서도 항소장 제출 등의 움직임이 딱히 보이지 않아, 세간에서는 항소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판결에) 승복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전체적으로 다시 다퉈보려 한다”라며 “1심에서의 논리 외에도 ‘플러스 알파’의 논리까지 보강했다”라고 밝혔다.

이맹희씨는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집안 문제를 원만히 마무리 짓기를 간곡히 청했으나 끝내 항소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분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CJ그룹 측은 이날 항소 소식이 알려지자 “가족들이 간곡히 만류했는데도 소송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항소심에는 이 선대회장의 차녀인 이숙희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씨 등이 빠지고 이맹희씨만 참여한다. 단, 청구금액은 1심 당시 4조원대였던 것을 100억원 수준으로 낮춰다. 향후 청구취지를 확장한다는 게 이맹희씨 측 복안이다.

2심의 쟁점은 1심 재판부가 지적했던 이맹희씨의 권리행사기간(제척기간)을 언제까지로 인정하느냐 여부다. 1심 재판부는 이맹희씨가 상속분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청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일부 주식과 이에 따른 배당금에 대해서는 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맹희씨 측은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을 차명 상속분이 발생한 때가 아닌, 차명 상속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때를 시점으로 해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심에서도 이에 대한 주장을 계속 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명 상속재산의 존재를 숨겨 이맹희씨의 상속권 행사를 방해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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