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시각각 '하루' 의 그림과 단상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하루 그림으로 해석해
[북데일리] <하루>(지식채널.2013)는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24시간을 다룬 그림이나 사진 50편을 소개하며 그에 대해 저자의 단상을 덧붙인 책이다.

책은 서양 명화가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작가들의 작품을 매개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하나의 이미지에서 도출되는 저자의 단상들은 그림과 일상을 이어준다. 잊고 있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일깨운다. 이를테면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관한 단상이 그렇다.

‘새벽은 모든 하루의 기원이다. 새로운 개벽이고, 새날이고, 새 얼굴이다. 하루의 첫 빛이고, 세상의 첫 얼굴이 새벽의 듯이다. 무의미해진 눈에 생기를 주어 비로소 눈을 눈답게 해주며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건네주는 시간이다. 또한 새벽빛은 오랜 시간 대지에 밀착된 수평의 몸들을 누운 척추를 일으켜 세운다.’-19쪽

새벽은 사실 이런 의미였다. 우리가 눈썹 끝에 매달린 잠을 쫓아내느라 사투를 벌이는 일상 속에 잠시 잊었던 낮과 밤의 경이로운 순환의 순간이다. 아침에 대한 단상이 궁금해진다. 저자는 아침 8시의 고속도로로 눈길을 돌린다.

특별할 것 없는 고속도로의 사진이 있다. 차안에서 앞을 찍은 듯한 그림이다. 아침 햇빛이 새벽을 밀어내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왠지 낯설다. 저자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은 사유를 풀어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자동차 조작은 단지 기계를 조작하는 차원이 아니라 목적과 성취만이 요구되는 현대인들의 삶과도 결부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앞만이 목적인 고속도로에서의 운행은 현대인의 삶을 은유한다는 말이다. 한 장의 그림으로 일상의 단면을 해석하는 저자의 사유가가 인상적이다. 이어 눈길이 멈추게 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금방이라도 집안 가득 물이 들어찰 기세다. 곳곳에 널려 잇는 식기들은 가뜩이나 지저분한 주방을 더없이 신랄하게 만든다. 화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여성으로서의 삶과 현실에 대한 기록이자 초상’이라 설명하며 작가 노트의 내용도 소개했다.

<김선심, '검은 꽃'>

“밥 안 할 거야?” 잠을 깨우는 남편 목소리가 정말 원수같이 느껴진다. (중략) 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늘 해오던 것처럼 부엌으로 들어가 마지못해 식가 준비를 한다. 남자 셋이서 박-박 밥그릇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식탁 위는 마치 피폭당한 전쟁터처럼 변해버렸고, 음식물은 여기저기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56쪽, 작가 노트

책은 이처럼 현대미술을 소재로 일상의 단면들을 재해석한다.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주어진 하루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매일 반복되지만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게 ‘하루’이고 일상이 아닐까.<사진제공: 지식채널>

[북데일리 제공]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