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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취업재수 하더라도 대기업서 번듯하게” 高高한 눈높이는 여전
선호하는 직장 찾아 자발적 백수생활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발동동
구직자-일자리 미스매치 극심

기업도 인력관리 부담·만족도 저하
정부 지원·中企 이미지 제고 필요



이제 갖 대학을 졸업한 김형수(27) 씨. 그는 졸업과 함께 자발적 백수의 길을 택했다. 김 씨는 대기업 공채에는 떨어졌지만 중소기업체 2곳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발품을 판 덕택이다. 이 중 한 곳은 며칠 출근도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중소기업행을 끝내 포기했다.

“연봉도 근무조건도 성에 차지 않더군요. 이러다가 평생 중소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취업 재수를 하더라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야죠. 친구도 같은 생각입니다.”

졸업과 함께 시작되는 백수생활. 대졸 실업자 중 상당수는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발적 실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등에서는 인력난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구직자와 일자리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대졸자의 눈높이다. 고소득에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소위 ‘좋은’ 일자리(decent job) 수는 한정돼 있는데 구직자의 학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높아진 콧대에 부응하는 일자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취업준비생은 기대임금, 직장소재지, 기업규모 등의 분야에서 현실과 괴리되는 눈높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4년제 대학 취업준비생의 기대임금은 실제 임금보다 무려 286만원이나 높다. 특히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는 이 차가 590만원을 넘어 과도한 기대임금 상승이 노동시장 인력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대임금이 높다보니 자연스레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기업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다.

통계청의 2011년도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63.5%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선호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취업준비생은 6%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 취업 추이를 보면 희망기업보다는 일반중소기업 부문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생의 80%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수입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나 실제 취업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소재지 역시 취업준비생의 중요한 고려요인 중 하나다. 대학생 중 57.9%는 서울에 있는 직장을 얻고 싶어하지만 실제 첫 일자리가 서울인 경우는 35.9%다.

또 청년층이 졸업한 대학소재지와 직장소재지가 일치하는 비율이 51.3%에 불과하며, 비수도권대학 졸업 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26.3%에 달했다. 


이처럼 대학생이 원하는 직장과 졸업 후 실제로 취업하는 직장에 극심한 격차가 발생하다보니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자신의 학력이나 능력에 비해 실제 업무와 직장의 수준이 낮다고 느끼고 직장을 떠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청년층뿐 아니라 기업의 만족도까지 낮추고 있다. 기업은 청년층 직무능력 수준에 대한 만족도가 낮으며, 신규인력 채용 시 재교육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등 기업의 인력관리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1인당 평균 재교육비용은 6088만원, 재교육기간은 19.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구직자의 눈높이를 낮추기는 어려우니 다른 분야, 특히 중소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재계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직업 가치관을 바꾸기 위해 유망 중소기업을 소개하고 그쪽으로 매칭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진학 일변도의 교육에서 벗어나 실용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혜ㆍ김현경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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