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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셋값 고공행진...집 없어 '발동동'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1.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회사원 최진영(가명ㆍ37)씨는 전세 재계약을 준비중이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금 3000만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세 시세가 2억원이니 전세금을 맞춰 달라는 것. 최 씨는 “내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급히 구하려니 막막하지만, 이정도 가격대 전세가 서울에 있는 게 다행”이라며 재계약 의사를 밝혔고, 대출을 받아 전세금 인상분 3000만원을 해결했다.

#2. 30대 초반의 직장인 장민석(가명)씨는 4개월 째 수도권의 신혼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그가 찾는 집은 건축 10년이하의 전용면적 85㎡ 아파트다. 장 씨가 마련한 돈은 2억5000만원. 하지만 조건에 맞는 물건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마저도 공급이 달리는지 공인중개사에서는 ‘지금 아니면 계약 못한다’는 반응뿐이다. 장 씨는 “결혼식은 다가오는데 얼마나 더 발품을 팔아야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전세거래량이 늘었다지만 공급이 아닌 수요만 늘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씨처럼 전세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수요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 씨처럼 ‘맞춤형 물건’을 찾지 못하는 수요가 겹쳐 수도권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및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41만1029건으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2월 12일 현재 전세재계약시 서울은 3027만원, 경기 2302만원, 인천 713만원의 추가 금액이 필요하다. 즉, 같은 집주인과 계약을 연장할 경우 서울에선 평균 3000만원을 올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서울 및 수도권 공인중개사 대부분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물건으로 10개 중 8개 이상은 재계약되는 물량들이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거래량 41만여건중 상당수가 재계약 물량임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 전세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은 ‘맞춤형 전세’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셋집을 구한다는 김 모씨는 “전셋값을 7000만원 가량을 올려달라고 해서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며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에 3000만원 정도 은행 대출까지 받아 비슷한 크기의 전셋집을 찾고 있는 데 집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1월 현재 서울의 3.3㎡당 평균 전세가 836만원에 맞춰 나온 전세 매물은 50여개 단지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데다 전세 물량이 일부에 그치는 등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 매물 대부분이 소진됐다”며 “어떤 신혼부부는 전세가로 4억원도 ‘OK’라며 찾아온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서울 평균 시세에 맞춰 전세거래가 가장 많이 된 지역으로 꼽히는 동작구도 물량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사당동 B공인 관계자는 “이곳 교통이 편리하고 전세가도 싸다보니 매물은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나마 신축단지의 매물은 제로에 가깝다.

서울 인근 수도권의 새 아파트도 물량이 달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2010년 준공된 용인 A아파트 전용면적 85㎡의 시세는 2억5000만원 선이지만 물건이 부족하다. 용인 B공인 관계자는 “공급이 달리는 전세 물건을 잡겠다고 평일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나인성 부동산서브 리서치팀장은 “이번에 전세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전세 수요가 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산층ㆍ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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