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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나라 살림 적자, 공약 부분 수정 불가피
지난해 나라 살림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극심한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2조8000억원이나 적게 걷힌 탓이다. 그 바람에 장부상으로는 세출보다 세입이 7조6000억원 초과하기는 했지만 올해로 미뤄진 사업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1500억원에 가까운 세계잉여금 적자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달 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마이너스 통장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버거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다음 해로 넘어간 사업의 예산을 감안하고도 해마다 세계잉여금이 흑자를 나타냈으며, 그 여유분으로 국가부채나 공적자금 상환에 충당했다. 더러는 추가경정예산의 재원으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전임 노무현 정부로부터 나라 살림을 넘겨받은 2007년에도 세계잉여금이 16조5000억원이나 남은 덕분에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나름대로 재정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예산의 불균형이 당분간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럽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불안에 일본 엔저 정책으로 환율 쇼크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감내해야 하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에 턱걸이할 정도로 경기가 부진, 올해 걷히는 세금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국세수입 실적이 대체로 예산안을 초과했다는 사실과 비교해볼 때 우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예산안은 당초 경제가 4%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짰으나 지금은 3%로 하향 조정됐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예산안에서 216조4000억원으로 책정돼 있는 세입 규모가 훨씬 줄어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예측만으로도 세수에서 줄잡아 2조원 이상의 구멍이 우려된다. 복지정책을 포함한 대선 공약 이행에 5년 임기 동안 135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정이 소요되는 항목을 따져가며 정책을 신축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는 처지라면 공약을 일부 보완하거나 우선순위에 따라 중장기 국정과제로 넘기도록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과 이를 위한 국채발행 방안이 논의되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빚으로만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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