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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친 마음 챙기고…묵직한 울림 통해 삶의 지혜 찾고…
귀성객도 방콕족도…책 한권의 즐거움
요가 통한 치유 에세이·행복 찾는 법등
지난해 이어 올해도 힐링바람 지속

시인 이성복 번역으로 재탄생한 ‘좁은 문’등
시공간 뛰어넘어 감동 주는 고전도 읽을만



▶힐링= ‘마음챙김 명상’(존 카밧진 지음/물푸레)은 원저인 ‘Wherever you go, There you go’가 출간된 지 10주년을 맞아 새로 나온 책이다. ‘명상의 원전’으로 불리는 ‘마음챙김 명상’은 1979년 매사추세츠 주립대 존 카밧진 교수가 스트레스 완화, 불안, 우울증, 통증 조절 등 일상이나 병상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개설한 클리닉에서 시작됐다. 저자가 말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 여기에 대한 자각이다. 자각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생각을 걷어내 버리고 ‘의도적으로 이 순간에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쉽게 배우고 수행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최아룡 지음/메디치)은 요가를 통한 상처 치유 에세이다. 열여섯명의 주인공들이 요가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한 이야기로, 숨겨 두었던 나의 참모습을 만나 화해하고 인정하고 몸과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딸, 다문화가정 속 이방인이라는 굴레에 갇혀 버린 가정주부, 워킹맘이라는 한계 속에서 육아와 일을 두고 고민하는 전문직 여성,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 때문에 틱장애를 앓고 있는 시민활동가 등 과거의 상처와 용감하게 대면하는 얘기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혼자가 된 당신에게’(기나 케스텔레 지음/다산라이프)는 이별의 아픔을 적절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따뜻한 친구처럼 들려준다. 관계가 끝나면 그것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것, 고통스러울 때는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것, 마음에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말 것, 불쑥불쑥 나타나는 위기의 순간 도움 받기 등 심리학자의 실질적인 조언이 귀기울일 만하다.

‘마음은 어떻게 오작동하는가’(북돋움)는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인 라마 조파 린포체의 제자인 심리학자 카루나 케이턴의 행복을 찾는 마음 훈련법을 담고 있다. 우리가 겪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들이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건강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알아채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준다. 


그 밖에 ▷슬픔도 힘이 된다=DW깁슨 지음ㆍ이정아 옮김/나무의철학 ▷울지마, 내일이 있으니까=고환택 지음/BG북갤러리 ▷희망의 속도 15Km/h=김선욱ㆍ이진경 지음/민음인 ▷추억의 길을 거닐다 5번 국도=최우식 지음/멘토프레스 ▷엄마도 상처받는다=이영민 지음/웅진지식하우스

▶고전=창비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 D.H. 로런스의 단편선 ‘패니와 애니’(창비)는 로런스 문학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맛볼 수 있다. 표제작인 ‘패니와 애니’를 비롯, ‘눈먼 남자’ ‘해’ 등 엄선한 단편은 성과 육체, 인간관계에 대한 탐색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현실의 부조리를 경쾌하고 미묘하게 그려낸다. ‘패니와 애니’는 도시생활을 접고 내려온 여성이 야심이라곤 전혀 없는 평범한 노동자인 첫사랑과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다.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인간 내면의 풍경과 현실의 부조리를 희극적으로 날카롭게 드러낸 명작이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문학과지성사)은 시인 이성복의 번역으로 나왔다. 학위 논문이자 불문학자로서 마지막 논문인 ‘좁은 문’은 이성복 시인의 문학적 화두인 셈이다. 1909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좁은 문’은 지드가 무수한 포기와 고통, 환희를 반복하며 일궈낸 작품이다. 소설은 외사촌 간인 제롬과 알리사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해 인간의 자유사상이 불어닥치던 20세기 초 종교적 윤리 논쟁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의 번역으로 나온 헤르만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문지)는 그동안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데미안’ ‘지와 사랑’ 등 후기작 중심에서 벗어나, 초기작 중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헤세문학을 폭넓게 이해하는 눈을 갖게 해준다. 이야기는 소년 페터 카멘친트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성장소설. 통과의례를 거치는 고대의 소년처럼 페터는 우정, 연애, 죽음과 실연, 방황과 고독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난다. 헤세의 위트와 농밀한 문장, 탁월한 묘사가 몰입도를 높인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나보코프의 문제작 ‘롤리타’(문학동네)도 새로운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살만 루슈디의 ‘분노’로 제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전문번역가 김진준이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10여가지 ‘롤리타’ 판본과 주해본을 참조하고 꼼꼼히 비교해가면서 은유와 상징, 언어유희로 가득한 나보코프의 텍스트와 꼬박 1년여를 사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첫사랑을 가슴에 묻은 중년 남자 험버트가 ‘님펫’이라 불리는 치명적 마력을 지닌 열두 살 사춘기 소녀를 향한 사랑과 욕망을 담고 있다.

영화상영이 예정된 고전 두 편도 관심있게 읽어 볼 만하다. 미국의 위대한 문학적 유산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한 시대의 초상을 통해 인류 보편의 오래된 가치를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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