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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디자인유어라이프> 이젠 락 - 테크 시대…노는 것도 배워야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우리는 일하는 것은 열심히 배우는데 노는 것은 별로 배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학이나 법학 서적, 자기계발 서적은 열심히 읽지만 잘 놀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다.

스키나 골프 장비는 고가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초보자 강습을 마치면 더 이상의 교육과 강습을 받지 않는다. 스키나 골프는 초보자뿐 아니라 중급자 고급자도 꾸준히 배우면서 즐겨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 알파인 스키 강국은 스키 교본이 매우 잘 발달돼 있다.

배워야 취향이 형성되고 취향이 형성되어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취향은 영어로 ‘Taste’, 맛이라는 뜻도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고기 맛을 알기 때문이다.

구한말 서양 선교사가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본 고종 임금이 하인한테 치게 하지, 왜 양반들이 힘들게 치고 있냐고 말했다고 한다. 고종은 스포츠에 대한 취향이 없었다. 배워야 활용될 수 있는 취향은 주로 학교와 부모로부터 배운다. 부자들이 좋은 취미나 고급 취향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의 부모에게 배우거나 물려받은 것이다. 놀이를 통한 취향 형성은 계급이 그대로 계승되는 것이다.


한국은 일과 여가의 균형이 깨져 있다.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속에 살다 보니 놀고 나면 개운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해진다. 그러니 쉬는 시간에도 넋 놓고 놀지 못하는 ‘여가장애자’가 많다. ‘여가 레퍼토리’가 거의 없는 여가장애자에게는 남는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오히려 ‘여가 권태’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인 아잔브람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물컵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컵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초만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면 훨씬 더 가볍게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계속 들고 있습니다”면서 특히 한국인들은 일은 잘하는데 쉴 때를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주 5일근무제하에선 매주 2박3일이 휴가다. 이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직장에서 보내는 5일이 달라진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발본색원하기란 힘들다. 그러니 일과 여가의 균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기업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WLB)’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잘 놀기 위해서는 ▷놀이와 여가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사소한 일에도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분야를 공유하는 관심 동호회에 가입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하고 ▷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역사적으로 서양에서도 노는 것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노는 것에 대한 철학이나 이론의 고전서도 별로 없다. ‘호모 루덴스’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정도다. 하지만 여가와 놀이가 몰입의 재미를 준다는 것이 뒤마즈디에를 비롯한 여가 사회학자들의 주장이다. 몰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몰입은 ‘과정으로서의 행복’이다. 이는 좋은 집을 장만하고, 직장에서 승진하는 ‘조건과 결과로서의 행복’보다 한 차원 높은 행복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역시 노는 것의 완결은 대화다. 결국 상대 이해하기다. 노는 것을 혼자 기능적으로만 숙달하고 즐기는 것은 놀이의 1단계다. 낚시를 하고, 스키를 타고, 캠핑을 한다. 하루 종일 신나게 스키를 즐긴 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 자쿠지 온천에서, 또는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날의 경험을 서로 대화하는 ‘After Ski’ 문화가 서양에서는 꽤 발달돼 있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평소 바빠 둘러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캠핑이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에 걸쳐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있다. 하지만 자전거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안전의식 없이는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이제 노는 것도 배워야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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