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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화균> 배신자 안현수?
경제계에서도 이미 제2, 제3의 안현수가 나오고 있다. 인재 유출, 기업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절이 싫으면 중(스님)이 떠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제는 이를 바꿔야 한다. 떠나는 스님을 절이 잡아야 하고, 떠난 스님도 돌아오게 절이 바뀌어야 한다.



쇼트트랙 국가 대표를 지낸 안현수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5차 월드컵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논란의 시발점은 그의 국적.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빅토르 안’이라는 러시아 이름도 얻었다. 당연히 이번에 막판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따낸 금메달로 러시아의 몫이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은 이 경기에서 7위에 그쳤다. 그는 이미 올 시즌 여러 번 한국 선수를 제치며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겼다.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바로 러시아인 ‘빅토르 안’이다.

반응은 극과 극이다. 초기 반응은 ‘배신자 안현수’로 뒤덮였다. 강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안현수가 러시아를 택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알려지면서 ‘안현수, 분노의 레이스’라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안현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부상과 빙상계의 고질적 파벌 싸움에 설자리를 잃었다. 결국 다시 빙판에 오르기 위해 그는 강하게 러브콜을 한 러시아를 택했다.

이른바 ‘안현수 사건’. 이는 과연 빙상계만의 일일까. 우리 경제계에서도 이미 제2, 제3의 안현수가 나오고 있다.

정보ㆍ기술(IT) 분야는 자타 공인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부터 소프트웨어인 게임까지 한국인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우리는 이 같은 탄탄한 인재풀을 바탕으로 IT 코리아의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최근 IT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일본과 한국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앞다퉈 한국 인재 빼내가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대기업 기술인재도 중국행을 단행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가산디지털밸리의 한 IT 벤처 업체 사장은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배신자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인재 유출뿐만 아니다. 기업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앞다투어 인건비가 더 싸고, 규제가 더 적은,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이전하고 있다. 대기업들 역시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현지 시장 공략강화다. 그러나 속에는 ‘더 이상 국내에 공장을 지어봐야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말로만 개선되는 규제와 갈수록 거세지는 반(反)기업 정서 앞에 기업들이 ‘배신행위’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 이전은 국내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한다. 인재 유출보다 경제에 더 강력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을 배신자라고 마냥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절이 싫으면 중(스님)이 떠난다’는 속담이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다. 이제는 이를 바꿔야 한다. 떠나는 스님을 절이 잡아야 하고, 떠난 스님도 돌아오게 절이 바뀌어야 한다. 각종 규제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번 ‘안현수 사건’이 던지는 교훈은 그래서 그 울림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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