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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미 칼럼> 한겨울 소나무의 속기없는 푸르름을 보며
독야청청 소나무. 소나무는 이 모진 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푸르게 견디고 있는 늘푸른 나무이다. 소나무가 겨울에만 푸른 것은 아니지만 이 땅의 수많은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대비해 잎을 떨구고 겨울눈 속에 어린 부분을 감추며 한껏 움츠리고 있는 것과 달리 소나무는 여전히 잎을 달고 온몸으로 삭풍을 견뎌내며 오늘도 서있다. 알고 보면 소나무 스스로도 지방부분을 두텁게 하고, 물의 순환을 줄이며 어렵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푸른 잎을 그대로 달고 서잇는 소나무의 진검승부가 어려운 겨울이 돌아오면 훨씬 돋보인다.

소나무의 바늘잎은 한 번 달리면 영원히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소나무도 새봄이 오면 새순이 나온다. 그것도 짙푸른 묵은 잎 사이에서 연하고 곱고 맑은 연두빛 새잎이 삐죽 삐죽 나온다. 소나무 잎의 수명은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년 정도이다. 소나무가 늘푸른나무라는 그 가치를 지속하는 방법이 한번 가진 것을 환경이 바뀌고 스스로의 한계가 다달았음에도 집착처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고 부단히 그 속에서 노력하여 새롭게 거듭나기를 반복하며 유지시키는 것이며 그렇게 눈에 두드러지지 않게 성장하여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웅장하고 품격있는 소나무 노거수로 빛나는 것이다. 자칫 자신이 살았던 지난 세상에 갇혀 머무르며 세상을 탓하는 우리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경지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소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가진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내심이다. 대부분 나무들의 열매는 가을에 성숙하지만 소나무의 열매는 2년만에 익는다. 이는 같은 소나무집안 식구인 잣나무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봄에 꽃가루를 날려 암술머리에 안착하고 성공적인 꽃가루받이를 마친 열매는 지금까지 파랗고 작은 솔방울로 있다가 올 한해 동안 씨앗을 품어 성숙시키고 미래로 이어지도록 날개를 달아 날려 보낼 것이다. 기다려줄 줄 모르는 우리들과 다른 점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소나무의 삶은 참 고고하지만 외롭고 힘겨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소나무이지만 숱한 세월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면 살아왔다. 근대만하더라도 나이드신 어른들의 추억속에 있는 송충이의 창궐, 온 산의 소나무를 붉게 말라죽였던 솔잎혹파리의 피해에 이어 몇 해전부터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하고 재선충의 막강한 위협속에 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숲은 소나무숲에서 참나무숲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숲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고 점차 변화하는데 이를 천이라고 한다. 소나무는 이 천이의 초기 수종으로 햇볕이 많아야만 살아갈 수있는 양수인데 점차 그늘에도 견디면 살아나온 참나무같은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의 우리 산을 지켜 내던 소나무는 이제 보다 좋아진 환경속에 숲의 주인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거기에 유복해진 우리들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라는 지구 환경의 막대한 변화에 소나무를 점차 북쪽으로 쫓겨가는 지리적인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소나무는 지난 환경에 탓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고 소나무만이 살아 갈 수 있는 곳곳에서 여전히 의연하게 자리잡고 이땅의 숲을 진정으로 의미있게 채워주고 있다. 이것이 진청 소나무가 눈부신 이유이며 또한 변화하는 가치를 단절하여 세상을 양분하는 우리들과는 참 다른 소나무의 가슴벅차도록 존경스러운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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