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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아트 앤 아트> 잭슨 폴록은 알고 호머는 모른다고?
‘ 미국미술 300년’ 국립중앙박물관 5월19일까지 특별전
워싱턴 초상화 등 168점
美미술관 간판급 작품 대거 망라
총 6부…18~20세기 美역사 집약

카사트의 ‘아이 씻기는 어머니’ 등
식민시대·산업화 거쳐 도시화로
각 시대속 다양한 인간군상 그려

당신은 미국 미술을 아는가? 미국하면 떠오르는 앤디 워홀이며, 데이비드 호퍼, 마크 로스코쯤은 알 것이다. 모두 현대미술가들이다. 그러나 그 이전의 미술에 대해 물으면 모두들 답이 궁해진다.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미술의 300년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개막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5일부터 5월 19일까지 기획특별전 ‘미국 미술 300년(Art Across America)’을 연다. 이번 특별전에는 잭슨 폴록, 재스퍼 존스 등 미국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는 물론 존 싱글턴 코플리, 윈슬로 호머 등 미국인들이 특별히 사랑했던 작가들의 대표작이 망라됐다.

첫 전시실에서 만나는 미국의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에서부터, 마지막 전시실의 재키의 초상(워홀 작)까지 모두 168점에 달하는 회화ㆍ공예품은 18~20세기 미국 역사 300년을 집약해 보여준다. 작품들은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을 비롯해, 필라델피아미술관, 휴스턴미술관, 테라미술재단에서 빌려온 것들로, 각 미술관의 핵심작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를테면 필라델피아미술관은 간판급 작품인 ‘캐드왈라더 가족 초상’(1772)을 대여해 줬다. LACMA는 르느와르풍의 사랑스런 가족화로 유명한 매리 카사트의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를, 테라 미국미술재단은 미국의 첫 예술그룹인 ‘허드슨강 화파’인 토마스 콜의 작품을 대여했다. 탄탄한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휴스턴미술관은 로버트 마더웰,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대작을 내놓았다. 

18세기 미국 귀족의 모습을 그린 찰스 윌슨 필의‘ 캐드왈라더 가족 초상’(1772년작, 사진 왼
쪽 위). 아래쪽 테이블은 18세기 미 동부의 귀족이 썼던 카드 테이블이다. 졸음이 몰려오는
아기를 씻기는 엄마를 부드러운 필치로 그린 메리 카사트의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
(1880년작).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미술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하고, 미국인의 삶을 살펴본다’는 취지의 이번 전시는 6부로 짜여졌다. 1부 ‘아메리카의 사람들’에서는 18세기 초 미국 화단의 중심 장르였던 초상화가 대거 출품됐다. 부유한 유럽 출신의 정착민에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여성을 담은 인물화들은 식민시대 여러 계층의 인간군상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특히 ‘캐드왈라더 가족의 초상’(찰스 윌슨 필 작)과 그들이 소유했던 의자와 테이블로 구성된 18세기 응접실의 모습은 유럽을 넘어서고자 했던 정착민의 열망이 잘 드러나 있다.

2부 ‘동부에서 서부로’에서는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독립 이후 미국의 영토확장 열기를 19세기 초 유행했던 풍경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윌리엄 스미스 주윗의 회화 ‘약속의 땅, 그레이슨 가족’은 캘리포니아가 내려다 보이는 시에라네바다 산에 오른 개척자 그레이슨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사슴가죽 옷을 입고 소총을 든 그의 모습에선 당당함이 넘쳐난다. 눈부신 빛과 포근한 대지를 화폭에 담은 허드슨강 화파들의 풍경화는 거대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편 미국민의 서부 진출로 인해 땅을 빼앗긴 인디언들의 문화도 함께 소개돼 눈길을 끈다.

3부와 4부에서는 남북전쟁 무렵부터 19세기 후반 대호황 시대까지 미국인의 일상을 다룬 풍속화와 정물화가 출품됐다. 미국 사실주의 회화의 두 거장, 윈슬로 호머와 토마스 에이킨스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미국의 국가 상징인 독수리가 펜실베니아의 독일계 이주민들의 질박한 독수리 조각에서 유래됐다는 점이다.

5부에서는 20세기 미술이 소개된다. 급속한 도시화로 방황하는 인간, 이방인의 고립감을 표현한 ‘8인회’의 작가 로버트 헨라이 등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추상과 입체주의 미술을 이끌었던 찰스 데무스, 조지아 오키프 등 미국 모더니스트들의 환상적인 작품도 내걸렸다.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미술이 추구했던 담대하면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살필 수 있다. 유럽을 제치고 세계미술의 메카로 부상하며 추상표현주의, 팝아트를 이끌었던 현대작가들의 작품에선 강력한 에너지가 넘쳐난다.

이번 전시는 당대 미국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시 방식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빼어난 공예품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미국의 문화사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했다.

김영나 관장은 “한국인들에게 미국 미술은 팝아트 등만 알려져 있으나 근대기 회화들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광활한 대지를 그린 풍경화는 낙천적이고 매우 진솔하다. 이번 전시작들을 통해 미국문화가 지닌 전통과 다양성, 시대적 전환기마다 보여준 혁신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중ㆍ고교생 1만원, 초등생 8000원. 문의 1661-244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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