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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 일본인 피섞인 경계인役…가부키 가문의 나와 닮았다”
연극‘ …불의 전차를’서 열연…日배우 가가와 인터뷰
매서운 눈초리에 강한 인상, 두 다리를 절뚝거리며 때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오무라 기요히코.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에서 나이트클럽 ‘불야성’의 사장 오무라는 무뚝뚝함과 무서움을 지닌 인물이지만, 실은 조선의 남사당패의 활동과 독립운동을 밑바닥에서부터 돕는 인정많은 인물이다. 이런 오무라를 연기하는 무뚝뚝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일본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香川照之ㆍ48·사진 맨 오른쪽)를 최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차승원, 구사나기 쓰요시, 히로스에 료코와 함께 출연하는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조선이 배경이다.

“연극이란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 사람, 한 사람 개인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는지는 실제로 그 사람과 마주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잖아요.”

정치적인 배경보단 개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그. 한국과 일본의 배우와 스태프가 힘을 합쳐 만든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서로 손을 잡고 일했을 때의 경건함, 유대의 깊이 등을 관객들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ㆍ일 배우들끼리의 소통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남사당패는 조금 익숙한 부분이 있었다. 대를 이어 일본 전통극 가부키를 전수받고 있는 그는 “남사당도 남자들만의 세계이고 음악을 가지고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부키와 통하는 부분”이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애증이나 한(恨) 같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절반은 한국, 절반은 일본인으로 1920년대를 사는 극 중의 오무라는 가부키와 영화, 연극배우를 넘나드는 배우 가가와와 닮았다. 두 가지 피가 혼합된 인물, 두 세계의 갈등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보였다.

가가와는 대대로 가부키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영화, 드라마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다. 할아버지 이치카와 추샤, 아버지 이치카와 엔노스케로 이어지던 것이 대가 끊길뻔 했지만 지난해 아버지, 자신의 아들과 함께 ‘6월 대가부키’무대에 섰다.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아버지와 단절된 삶을 살았고 가부키의 명맥도 끊어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화해했고 가부키계에 입문해 제 아들대까지 이어지게 했습니다. 가부키계에서는 근래 없었던 일이었죠.”

아버지와의 갈등은 극 중 아버지를 이해하지 않는 아키히코-기요히코 부자의 관계와도 겹친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정의신은 그에게 ‘가족’이란 단어를 말할 때 마음을 담아 강조하라고 연기지도를 했다.

이순우와 나오키, 1920년대 한ㆍ일 두 젊은이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지만, 재일 한국인 작가 정의신의 경계인으로서의 삶과 가족애가 담긴 부분들은 한국과 일본인의 피가 섞인 오무라의 가족이야기로 투영됐다.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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