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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봉인사 비극’ 박근혜, 고쳐야할 4가지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중도 탈락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와 업무 스타일이 도마에 올랐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시절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벗어나, 대통령 자리에 걸맞는 새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세대ㆍ지역 대통합과 위기 극복이라는 어려운 과제 속에 출발한 만큼, 과거 경험에 대한 과신과 밀실 인사 등으로 대표되는 독단과 아집을 먼저 벗어던질 것을 지적했다.

▶“제가 가봤는데”=박 당선인은 김용준 총리 후보자로부터 자진사퇴 의사를 접한 직후 있은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 “방문했는데”, “봤는데” 같은 말을 7차례 반복했다. 공무원 처우개선 관련해서는 세종시, 소방서, 경찰서 방문 경험을, 치안 관련해서는 영화 관람과 관계 기관 방문 경험을 소상히 전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발언은 ‘현장을 중시하는’ 평소 소신과 맞닿아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보여주기식 유세보다는 민생 현장 방문을 우선했고, TV토론과 본격 유세에서도 당시 경험을 소재로 활용하는데 적극적이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 또한 이 같은 ‘경험 우선’ 스타일과도 일맥 상통한다. 자신이 직접 만나보고 오랫동안 경험해본 사람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주변의 조언이나 공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의미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장은 “박 당선인은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카리스마, 즉 자신만의 역할과 믿음으로 당선된 경우”라며 “결과적으로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 결과가 나쁘게 되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다변화되고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를 이끄는 국정 운영 책임자는 과거 경험을 고집하기 보다는 공개되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설득하고 검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촉새가 나불거려"=박 당선인의 최근 두 번 인사는 모두 세간의 예측을 벗어난 ‘깜짝 인사’였다. 측근 중에서도 측근이라 꼽히던 친박계 인사나 비서들조차 “나도 몰라”라며 혀를 몇 번이고 내두를 정도로 엄격한 보안 속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주변 인사들조차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길 애시당초 포기했을 정도다. 지난해 말 인수위원회 인사 발표시 윤창중 대변인이 들고 나와 화재가 됐던 ‘밀봉된 봉투’는 박근혜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보안에만 중점을 두다, 더 중요한 검증시스템에서 사고가 생긴 것”이라며 “인사 공개 검증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줄대기 같은 부작용만 너무 우려한 나머지, 시스템 검증에 소홀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인의 측근 인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공인을 뽑는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공직 인사는 자기 부하가 아닌 공인을 뽑는 것인 만큼, 국민과 상의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며 “이번 김용준 후보의 사퇴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생각하고 비밀인사에서 공개인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결혼”=박 당선인은 종종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다. 애국심이 넘처나는 만큼, 자신이 내린 결정과 한 말에 대해 믿어달라는 표현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진심’은 지금까지 정치 과정에서 큰 무기가 됐다. 과거사 논란으로 지지율이 흔들렸던 지난해 7, 8월에도 박 당선인은 “뚜벅뚜벅 나간다면 국민들도 제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며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신이 때로는 현실과 충돌하기도 했다. 당선 이후 일각의 ‘공약 수정 또는 속도조절’ 필요성 지적에 대해 박 당선인은 “공약은 지켜야만 한다”며 일축했다. 문제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 마련에 당과 정부 모두 골머리만 싸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 역시 “지켜도 걱정, 안지켜도 문제”라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용화 평론가는 “국가를 위해 국민 통합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자기와 성향이 다른 인사나 정책도 포용해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들도 보수와 진보 모두를 아우르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소신과 신뢰를, 이제 정치적 고집이 아닌 거시적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나갈지 발전시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100% 대한민국”=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100%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대선 승리에 성공했다.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여와 야간 소통과 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몇몇 인사는 ‘100% 대한민국’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동흠 헌재 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지나친 보수색, 지역색으로 발표 직후부터 야권의 비토를 받았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 역시, 부동산ㆍ병역 의혹 검증 미비 속 보수파로부터도 비판받는 인사가 되고 말았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지금까지 당과 소통 문제가 종종 지적되곤 했다”며 “이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자세로 국정 운영도 원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때”라고 조언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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