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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동계올림픽 2연패를 향한 이상화의 질주본능
운동선수에게 금메달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이내 멀어지고 다시 다가와 아른거리며 유혹하기를 수차례. 그렇게 절절함이 깊어갈 즈음 어느 날 금메달이 주어지면 돌연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소리 없이 주르르 흐르는 눈물이 하고픈 말을 막아선다. 그저 지나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벅찬 감동이 끓어 오를 뿐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2010년 2월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이상화 선수가 그랬다.

37초00의 세계기록 보유자 독일의 예니 볼프와 세계선수권 우승자 중국의 왕베이싱에 당시 모든 언론이 집중됐다. 그녀는 미완의 대기쯤으로 취급됐다. 볼프와 출발선에 섰을 때 부정출발을 하고 말았다. 인터뷰 땐 “긴장하면 성적이 안나오니까 편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야무지게 말했지만, 막상 경기에 임하자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다행히 38초24로 울프보다 앞서 1차 시기를 마치자 진정된 모습이었다. 2차 레이스에서는 볼프보다 뒤진 37초85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몹시 불안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전광판을 응시했다. 금메달을 알리는 76초09라는 숫자를 확인하면서 물밀듯 밀려오는 격정이 그제야 분출됐다. 허리를 굽혀 신발 끈을 풀고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감동의 순간이 이어졌다.

1년 후 아스타나ㆍ알마티 동계아시안 게임에서 발목부상으로 성적을 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선수에게 침잠의 시기였다. 나와 주변과 경쟁자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선수로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를 자극한 것은 경쟁자들의 건재함이었다. 당시 31세의 예니 울프나, 25세의 왕베이징은 3년 전보다 나이만 더 먹었지 기량은 결코 녹슬지 않고 소치올림픽을 향해 자신의 레이스를 다듬고 있었다.

스케이트 날을 다잡아 나갔다. 빙판에서 다리를 교차하는 스트로크 수를 늘리는 기술연마와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체력훈련을 소화해 냈다. 폭염에 흘린 땀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1월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36초80으로 중국의 위징이 보유한 세계기록보다 무려 0.14초를 앞당긴 기록이었다. 질주본능을 누군들 막을 수 있을거나. 내친김에 1000m 한국기록도 갈아치웠다.

25살 이상화의 날 끝은 이미 소치올림픽 2연패 달성에 정조준 되어있다. 그 나이 한창 세상을 알려는 호기심을 억제하고 목표가 이끄는 삶을 즐기고 있어 대견스럽다. 더불어 이상화 키즈도 머지않아 탄생될 것이다.

“모든 것은 노력한 대로 주어지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현재 진로를 의심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한번쯤 빙상장을 찾아 이상화의 질주모습을 눈여겨보자. 그 안에 답이 있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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