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ㆍ손미정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강도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신-구 권력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사로 불거진 신-구 권력 갈등은 자칫 4대강 사업이나,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특검 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박 당선인측 박선규 대변인은 29일 청와대의 특별사면 발표 직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선인께서 특별히 말씀 없으셨다”며 “어제 조윤선 대변인이 말씀하셨죠?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전날 박 당선인이 직접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권한남용”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 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해가 특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는 않고 있다. 인수위 일각에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도 “당분간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뿐이 없지 않냐”며 청와대의 이번 결정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 간 냉각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일각에선 그동안 확전을 자제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해 인수위가 본격적으로 나설 수 뿐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그간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은 정권 인수ㆍ인계 과정에서 현 정부와의 갈등을 최대한 줄이려는 박 당선인의 의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특사 단행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분명하게 현 정부와 선을 긋지 않으면 향후 국정운영에 힘이 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경우 그야말로 신-구 정권 사이에 정면 충돌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박 당선인측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지금에 와서 사업을 모두 뒤집어 엎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이 드러난 만큼 이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과 함께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내곡동 사업 특검 역시 ‘법과 원칙’이라는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이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관계는 상당기간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한편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을 시작으로 2008년 총선 공천파동,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충돌에 이어 네번째다. 당내 경선 중인 2007년에는 “원칙을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만들어 놨다”, “공주 같은 발상” 같은 격한 말까지 쏟아냈고, 2008년 공천 파동 과정에서는 박 당선인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대로 2010년 세종시 충돌에서는 청와대가 박 당선인을 직,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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