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MB "친구사면"...법의 몰락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끝내 ‘측근사면’을 강행했다. 따가운 시선때문에 친인척은 빠졌지만, 측근을 넘어 ‘멘토, 친구’로 통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포함됨으로써 여론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국민대통합과 화해를 위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등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사면절차가 진행됐음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 출범 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특사로 풀려나게 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등은 모두 ‘뇌물’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인물들이다. 특히 최 전 위원장, 천 회장, 박 국회의장은 정권창출때 ’6인방’으로 통하는 측근중의 측근이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빚청산이라는 시각이 많다.

천신일 회장은 2010년 12월 구속 수감됐고,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받았다. 3개월여간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있긴 하지만 판결대로라면 오는 3월초 석방된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12년 5월 구속수감돼 지난 해 말 서울고법이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6억원을 판결했다. 법대로라면 2014년 11월 석방된다.

결국 이번 사면을 실시하면서 청와대가 의지한 가장 실질적인 근거는 ‘관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말 특사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함께 측근이었던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을 사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말 경제위기를 일으킨 경제인들과 함께 고위공직자들을 대거 사면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 혐의로 형이 확정됐던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을 풀어줬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중 사면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됐던 이명박 대통령도 포함돼 이후 서울시장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갖게 해줬다.

관례 외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는 특별사면이다 보니 정치권은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선시대 임금도 이런 무도한 짓은 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이 분개하게 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정권말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제한하기 위한 국회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사법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는 헌법 79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사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사면법에 규정된만큼 이 법만 손질하면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사면권을 충분히 제한할 수 있다.

그 동안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이른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따른 부담과, ‘언제든 그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가 법 손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곧 현직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이 특별사면권 남발에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일반사면 제도를 통한 민생사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9대 국회에서 사면법 손질이 이뤄질 여지는 꽤 크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