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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O와 함께 내한하는 피르스, 침묵과 고독의 피아니스트
때론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함보다 절제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안정과 질서에 더 끌리는 때가 있다.

연주 속 격한 감정의 분출, 현란함과 기교보다는 단아함, 편안함이 마리아 주앙 피르스(69ㆍMaria Joao Pires)가 추구하는 음악일 듯하다. 마치 산 속 암자에서 은은함을 내뿜고 있는 향처럼.

다음달 28일부터 3월 1일까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와의 협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마리아 주앙 피르스는 ’오늘날 모차르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다. 현재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 그를 이메일을 통해 만났다.

지난 1996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에 온 지 17년이 지났다”며 “한국 관객들은 음악에 대해 열려 있었고 배려심 깊은 청중이었으며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했다”고 소회했다.

                                                                                                                                                                                  [사진제공=빈체로]

2006년과 2009년, 하이팅크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던 피르스는 하이팅크에 대해 “리허설 도중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우리를 더 집중하게 만들고 자유로움과 격렬함 속에서 연주하게 만든다”고 했다.

피르스는 4살때 공개무대에서 연주했다. 5살에 첫 리사이틀을 가졌고 7살에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당시 연주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K.466) 2악장이었다”며 “연주에 나 스스로를 쏟아부었고 내 존재의 모든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지난 17년 전 내한공연에서도 모차르트를 연주한 그는 특히 모차르트를 잘 연주한다고 평가받는다. 피르스는 곡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사전에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연주자들은 모차르트의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크리스탈처럼 투명해 잘못된 손가락 터치 하나가 음악 전체를 망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도 사랑하는데 오로지 모차르트에만 국한되고 싶지는 않다”며 “모차르트에 줬던 것만큼, 녹음하거나 연주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도 똑같이 공부하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때 그는 건강 때문에 심장수술을 받기도 했다. 수술 이후에 포르투갈을 떠나 브라질에 새 집을 장만한 그는 “할 수 있는 한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기 때문에 취미생활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대신 그에게 주어진 취미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피르스는 청중과 나이와 성격은 달라도 60년간 가족처럼 살아왔다. 그는 스스로의 음악스타일을 침묵과 고독으로 표현했다. 노장 하이팅크와의 깊은 어울림도 고독의 감성과 함께할 것 같은 느낌이다.

독특하게도 그의 할아버지는 불교신자였다. 피르스는 신자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시간이 있다면 가까운 절에 가서 걷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는 28일과 3월 1일 LSO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각각 연주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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