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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해준> 한류를 위협하는 요인들
아이돌 육성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과, 유사한 곡조와 기계적인 율동은 한류를 위협할 심각한 내부의 적이다. 인권 침해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경우 한류 바람은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서 올봄에 선보일 여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 사진을 공개하면서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서는 이 걸그룹 멤버의 ‘민낯’에 대한 감탄과 함께 성형금지 약속이 인권 침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사례는 한류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한국의 아이돌이 수년간에 걸친 강도 높은 훈련과 철저한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연예인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기 인터넷 사이트인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한국의 아이돌을 ‘공장과 같은(factory-like) 시스템 아래에서 훈련받은 인기 있는 K-팝 연예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인기 있는 스타가 되기 위해선 혼신을 기울인 훈련과 개인적 노력,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가 필수적이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도달한 높은 예술적 완성도는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하지만 이를 위한 훈련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압적이고 반인권적인 압박이 있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욱이 그것이 기획사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 강제되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사실 그동안 ‘노예계약’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의 불공정 계약이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만들어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들을 제거하도록 권고했고, 많은 기획사가 이를 준수하고 있다. 불공정한 계약이 드러날 경우 아이돌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계약서에 드러나지 않은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약속이나 구두 합의다. 이번 성형수술 금지 약속 이외에도 그동안 연애 금지, 개인 핸드폰 사용 금지 약속 사실이 드러나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기획사들은 10대 청소년들인 이들의 자기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난 1992년 3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이후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은 지난해 싸이 돌풍을 일으키며 지금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한류가 파급력 있는 글로벌 문화현상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가치는 스타의 탄생은 물론 작품화 과정에도 녹아들어가야 한다. 대중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타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인 데에 감동하고 함께 즐거워하지만, 기획사의 상업적 목적에 의해 굴절될 경우 불편함을 느낀다.

유사한 곡조와 기계적인 율동도 한류를 위협할 심각한 내부의 적이다. 이러한 인권 침해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경우 한류 바람은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대중 역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대중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노래와 율동, 이를 위해 기울인 아이돌의 땀에 갈채를 보낼 것이다. 이것이 성년기에 접어든 한류가 담을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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