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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세상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슈퍼 甲’ …수평적 관계는 딴나라 얘기
재계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공무원은…
사업 인허가권·규제권 쥐고있어
공무원 눈치보랴 비위 맞추랴…
밉보이면 괘씸죄로 보복당하기도
파트너로서 인정은 해줬으면…

퇴직 공무원 ‘낙하산 인사’ 고질병
유관 기업의 ‘전관예우’도 문제



“공무원과의 수평적 관계요? 생각도 못할 일이죠.”(4대그룹 임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하나같이 외치는 것 중 하나가 ‘공무원 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언 못지않게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공무원 개혁을 강조했다.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이 기업에 있을 때 공무원에게 홀대를 받은 경험이 적지 않았고, 이에 관료 이기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를 타파키로 마음 먹은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뿐만은 아니다. 역대 정부 대부분 이 같은 관료주의를 경계했다. 하지만 공무원 개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공무원은 여전히 ‘슈퍼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공무원이 사업 인허가권과 규제권을 쥐고 있다 보니 기업으로선 공무원 눈치보기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대관팀을 따로 두고 공무원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기업으로선 아직도 공무원이 ‘저승사자’인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적하는 사항에 대한 벌금을 물기 전에 소명 기회가 있는데 막상 의견서를 보내면 담당 공무원이 ‘우리랑 해보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대응한다”며 “소명 기회라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요식 행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대관팀이 정부 부처, 국회 등을 돌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툭하면 들어오라고 고압적으로 말한다”며 “세상은 공평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 앞의 쥐’인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억울하지만 대응은 꿈도 못 꾼다.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응하면 괘씸죄에 걸려 나중에 보복을 당한다”며 “고위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한마디 하면 기업에서 알아서 따르면서 공무원이 생색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무원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등으로 재취업하는 ‘낙하산 인사’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질병이다. 민간기업들은 공무원 조직에 대한 방어를 위해 퇴직 공무원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기업으로서도 ‘방패막이’용으로 활용코자 하는 의도도 분명이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제공한 ‘2008년 이후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재취업한 고위 공직자는 ▷2008년 58명 ▷2009년 56명 ▷2010년 60명 ▷2011년 74명 ▷2012년 10월까지 58명으로 모두 306명에 달했다. 한 해 퇴직하는 고위 공직자가 30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2011년 기준 재취업률은 25%로, 4명 중 1명이 재취업한 셈이다.

이들 중 94%는 민간업체의 임원급으로 재취업했다. 맡은 직책은 사외이사ㆍ고문 역이 56.9%로 가장 많았고 ▷사장ㆍ회장ㆍ이사장이 16.3% ▷감사가 14.7% ▷전무ㆍ상무이사가 6.5%였다.

대부분의 퇴직 공무원들이 유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전관예우’도 문제다. 지식경제부 출신 공무원들은 지경부의 예산 지원 및 관리ㆍ감독을 받는 사단법인과 협회로 가고 방송통신위원회 출신들은 통신사로 이동하는 식이다.

다수의 행안부 퇴직 공무원들이 둥지를 튼 KT의 경우 행안부와 대규모 계약을 차례로 맺어 의심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2009년 4월 국가정보통신 통합정비사업계약 의뢰(247억원), 2010년 6월 국가정보통신망 2차 통합 정비사업(80억원), 2010년 12월 제7차 HW자원통합구축 사업(88억원) 등에서 다른 업체를 따돌리고 계약을 따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여전히 공고한 공무원의 ‘슈퍼 갑’ 위상 앞에서 공무원과 재계의 수직적 관계는 시대 흐름인 ‘경제민주화’와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수평적 관계까지는 못 되더라도 파트너로서 인정은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정권 교체에 따라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116명의 발걸음은 또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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