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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위공직 특정업무경비가 눈먼 돈인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자괴감을 안겼다. 우리 사회 고위공직자 한 사람의 다중적인 삶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그 뒤끝이 씁쓸하다. 이 후보자에겐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고 그러기에 국민들의 심사는 더 불편하다.

이 후보자가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행한 사과는 뚜렷하게 서너 차례나 된다. 위장전입, 관용차로 가족 출근시키기, 승용차 홀짝제 운용 때 예비관용차 사용 등 보기에도 듣기에도 민망한 사실들이다. 이러니 앞만 보고 공직에 임하다보니 사려 깊게 살피지 못한 구석이 없지 않다는 고위인사들의 상투적인 청문회 변명조차 이 후보자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명백한 잘못 외에 각종 의혹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사안마다 이 후보자는 철저하게 본인의 잘못보다는 관례를 이유로 내세웠다.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논란 하나만으로도 볼썽사나운 광경이 펼쳐졌다. 대다수 국민들, 특히 일반 서민들은 고위 법관이 연간 5404만원의 특별경비를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문제는 순수 혈세로 충당돼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적 용도로만 쓰도록 된 이 비용을 비밀월급이나 쌈짓돈인 양 사적 용도로 마구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험료 입금, 해외 자녀명의 송금, 부인 펀드(MMF) 계좌 유입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 후보자는 헌재소장 적합 여부를 떠나 수사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고위 법관 한 사람에게 드는 이런 특별경비는 세전(稅前) 연봉 6500만원 상당으로 수십 년 동안 직장과 사회, 국가를 위해 애쓴 일반 국민들의 한 해 임금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외환 위기에다 카드대란, 금융위기로 십수 년을 가슴앓이하고도 모자라 내리 2년째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 앞에 불안에 떨며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로선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 후보자가 재판관 시절 경리를 담당했다는 헌재 김모 사무관은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문제의 경비 사용내역을 왜 내놓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부부처 기관이 낱낱이 공개하면 저희도 공개하겠다”고 응수한 사실이다.

차제에 특수 업무로 포장된 이런 눈먼 돈의 실태를 드러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여당도 공금이자놀이라며 낙마를 벼르는 야당의 주장을 애써 피하려 해선 곤란하다. 비리와 반칙으로 얼룩진 헌재소장은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소신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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