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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도마 위에 오른 성매매법 위헌성
얘기할 필요는 느끼는데 쑥스럽거나 민망하거나 심지어 복잡하고 민감해서 주저하는 일이 많다. 이런 일은 모두 개인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겹치거나 감성과 이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거나 윤리규범과 법의 원칙이 혼재돼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존엄사의 문제,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 그리고 음란물의 한계나 구분을 짓는 일, 성매매 관련 논쟁 따위를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여러 가지 주장이 실타래같이 뒤엉켜 있어서 가닥을 잡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일이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누구나 공감하고 찬동할 수 있는 해결책이나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고,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매매법도 그중 하나다.

얼마 전 서울북부지법에 근무하는 한 판사가 성매매특별단속법이 헌법상 과잉 단속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심판 신청을 냈다. 2004년 만들어진 이 법 중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한 21조 1항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특별법을 재조명하려는 논의가 콩 튀듯 벌어지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성인이 합의에 의해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도덕적으론 문제가 될지 몰라도, 법으로 단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위헌 제청을 한 판사는 축첩행위나 현지처 등도 성을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쪽에서 보면 성매매와 같은 것인데, 이는 처벌하지 않아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성행위를 단순하게 사생활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약처럼 개인이 망가지고 가정이 파괴되며 나아가 사회기강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사생활이나 개인권리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성을 파는 것을 정상적인 직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받아드릴 수 없는 확대해석이라고 맞서고 있다.

월드컵을 내년에 개최하는 브라질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영어회화 공부를 시킬 계획이라는 기사를 봤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도 성매매업을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는 몇 년 전에 성매매 여성이 국회의원에 나선 적도 있다.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가 성 개방이고, 어디까지가 타락인지 헷갈린다. 그들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찾아보면 어떨까?

성에 대한 가치나 인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하는 물결을 슬기롭게 다스릴 것인지가 문제다. 갑자기 황희 정승의 어정쩡한 듯 보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인들 싸움을 판별하면서 모두 옳다고 얘기하고, 다 옳다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조카의 말도 맞다는 그 결정. 느슨하고 모호해 보이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담은 결정이 압권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성, 합리성 그리고 논리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익기까지 기다리는 느긋함이 필요하고, 또 그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성매매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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