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2013(소비자가전전시회)를 다녀온 한 대기업 임원은 중국의 성장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중국이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워)’로 올라섰지만, 머지않아 ‘유행 선도자(트렌드 세터)’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점유율 절반(지난해 3분기 기준, SA)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두려운 경쟁자로 중국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중국이 핵심 디자인ㆍ기능을 재빠르게 따라하는 것을 걱정했다면, 올해부터는 과감하게 유행을 먼저 치고나가는 모습에 많은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가장 큰 시장이란 수요 이점을 앞세워 기술ㆍ생산ㆍ마케팅 3박자로 고급형 스마트폰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실제 3년 뒤면 전체 고가폰 20% 이상을 중국 기업이 만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등 ‘C(China)의 공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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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스마트폰 기업 ZTE가 CES2013에서 풀HD 스마트폰 그랜드 S를 선보이고 있다. 그랜드 S는 두께가 6.9㎜밖에 안돼 세계 최박 스마트폰으로 평가 받고 있다. |
22일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가트너 보고서 ‘Forecast Smartphone Production by Chinese Manufacturers, 2011 to 2016’(2011~2016년 중국 제조기업 스마트폰 생산 예측)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 스마트폰 생산량은 1억8000만대에서 2016년 5억4000만대로 3배 증가할 전망이다. 전세계 생산량 비중이 현재 25%에서 3년뒤 33%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급 스마트폰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전체 고급 스마트폰 규모는 3억5800만대 정도로 중국이 만든 물량은 355만대에 불과해 1% 비중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0배 늘어난 3780만대를 기록한 뒤 올해 9000만대까지 증가해 2년 만에 무려 25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4년 1억2800만대, 2015년 1억7300만대로 늘어난 뒤 2016년이면 2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기 전세계 고급 스마트폰 생산량은 9억6500만대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1%가 될 전망이다. 3년 뒤면 전세계 고급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중국 기업이 만드는 셈이다.
이와 함께 2015년부터는 중국 내수 출하량보다 해외 출하량이 앞설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까지는 내수가 2억대 해외가 1억17000만대로 내수가 근소한 차이로 더 많지만 그 다음해에는 내수 2억대를 유지하는 사이 해외 물량이 2억6000만대로 급증하게 된다. 중국 기업이 자국민을 상대로 파는 스마트폰보다 해외 고객을 겨냥한 스마트폰이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의 중국 경계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세 기업 모두 아직 올해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화웨이와 ZTE는 이미 CES2013에서 강력한 제품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6.1인치 대형 스마트폰 어센드 메이트와 풀HD 스마트폰 어센드 D2를 선보였다. ZTE도 그랜드S를 내세우며 풀HD 스마트폰을 과시했다.
6인치대 화면, 풀HD 고화질 등은 모두 올해 국내3사가 주력으로 삼는 성능이다. 시간 싸움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선 기업들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간 뒤 차세대 트렌드를 먼저 선보여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2, 3년전 한국 기업이 쓰던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국 기업이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중국이 마음먹고 해외에 집중해 해외 물량이 내수를 넘는다면 지금의 1, 2등 기업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C리스크 중국 고급 스마트폰 생산량 연도별 추이
연도 중국 전세계
2011년 3556 357953
2012년 37871 485759
2013년 89415 601459
2014년 128096 729406
2015년 172887 855459
2016년 206835 965577
출처= 가트너
단위=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