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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애국심 마케팅의 함정
애국심 마케팅의 시대는 지났다. 장기적으로 잃을 게 더 많다. 이제는 스스로 제어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우리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이다. 태생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ㆍ일 관계의 변화에 따라 득과 실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닌다. 한ㆍ일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면 곤혹을 치르곤 한다. 물론 한ㆍ일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한다.

최근 롯데는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계열사 및 관계사 중 일부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변경하려는 일본의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 탓이다. 세븐일레븐은 ‘다케시마 캠페인’에 후원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관계사인 유니클로 등이 후원 기업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여기에 총수 일가가 강경론자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 가문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롯데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업체들은 SNS 등을 통해 파장이 확산되자 ‘관계없음’ 해명자료를 내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라. 마케팅의 금과옥조다. 소비자의 마음을 살피고, 사로잡아야만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롯데 사건은 여러 면에서 곱씹어 보게 한다. 우선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또다시 기업이 엄청난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 루머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컸다. 이번 겨울 기능성 내의 ‘히트텍’으로 대히트를 친 유니클로 매장에는 소비자들이 부쩍 줄었다고 한다. 물론 롯데 측은 루머의 2차 확산을 우려, “큰 영향은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둘째는 애국심 마케팅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외국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애국심 마케팅을 종종 활용했다. 현실적으로 품질과 브랜드 파워에서 외국 브랜드와 ‘맞장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효과는 컸다. 애국심 마케팅은 국내 기업이 해외 공룡 기업에 당당히 맞서고,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어줬다.

그러나 이제는 ‘쌍팔연도식’ 애국심 마케팅의 시대는 지났다. 애국심 마케팅은 단기적 효과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잃을 게 더 많다. 수출로 먹고 살고, 수출 외엔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2013년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만약 미국인들이 아이폰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선다면… 중국에서 현대자동차 불매운동이 일어난다면… 이 같은 가정법이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 대우자동차는 GM의 손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차를 생산하고 한국인을 고용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삼성전자를 외국 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국GM이 한국에서 생산한 차는 ‘국산차’로 분류된다. 싫건 좋건 우리는 중국산, 미국산, 일본산에 묻혀 일상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 이 시점 우리는 이미 글로벌 코리안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국심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가깝다. 이제는 스스로 이 감성을 제어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우리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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