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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먼 킹스턴大 예술·디자인대학장
디자인은 풀…각분야 엮어 창조산업 구심점 역할
웃음코드로 풍자 이끌어낸 ‘강남스타일’
수많은 디자인 학자들에게 좋은 연구대상



[런던=윤정식 기자]“강남스타일을 보면 한국의 예술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본질에 충실한 듯 보이면서도 현실을 약간 비꼬면서 풍자를 이끌어낸다. 래퍼같이 심각하고 살벌한 얼굴로 말하지도 않는다. 전 세계인이 모두 즐거워하는 방식으로 얘기한다. 이게 바로 앞으로 미래 디자이너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지난해 12월 런던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템스 강의 남서쪽 줄기 끝자락 서레이(Surrey) 지역의 킹스턴대학교(Kingston University)를 찾았다. 편안한 작업복(?) 차림의 사이먼 매이드먼트(Simon Maidment) 예술ㆍ디자인대학장이 기자를 맞았다.

학교 작업실에서 학생들과 선반 위의 드릴과 망치를 두드리던 사이먼 학장은 인터뷰 장소도 작업실들 사이의 휴게실로 정했다. 어떤 권위도 어떤 포장도 없다.

의자에 앉자마자 갑자기 그가 먼저 질문을 던진다. “기자 양반이 생각할 때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은 모두 사회에서 디자이너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까?”


‘통상 그러하지 않냐’고 답하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사이먼 학장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디자인은 풀(Glue)이다’로 얘기된다. 디자이너는 이 ‘풀’을 이용해 사회 모든 것들을 붙여서 엮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는 결국 디자이너가 사회 각 분야의 창조산업을 발전시키는 첨병이 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사이먼 학장은 “나는 내 학생들이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의사나 정치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지질학자 역사학자 등 수많은 분야에 디자인 즉, ‘풀’을 발라 창의산업으로 발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킹스턴 디자인대학의 가장 특별한 코스로 디자인 큐레이팅 코스가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을 실시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합격자였던 손주영(34) 씨 역시 이 대학에서 사이먼 학장의 지도로 큐레이팅 수업을 받아온 디자이너다. 손 씨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기획을 맡고 있다.

사이먼 학장은 “지금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은 보기 좋기만 한 게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탄압에 대한 저항의식이나 풍자가 묻어나오는 등 많은 의미가 부여돼 있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순수예술(Fine Art)보다도 디자인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다못해 새로 출시된 자동차나 휴대폰에도 디자이너가 바라본 최근의 사회상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 큐레이터가 필요한 이유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며 “웃음이라는 코드로 풍자를 이끌어낸 점이 수많은 디자인 학자들에게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며 “한국 출신 유학생들이나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기질은 풍자에 있어서는 단연 세계 최고의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디자이너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사이먼 학장은 “최근 디자인과 관련해 모두가 쉽게 말하는 화두가 ‘융합’이다”며 “하지만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과학이나 철학을 이해한 디자인을 내놔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내 생각에는 이제 과학이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생각해봐라. 과학을 이해하기 시작한 디자이너가 더 인류와 문명에 기여를 많이 하겠나? 아니면 디자인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한 과학자가 할 일이 더 많겠나. 내 생각엔 후자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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