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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대봉> 여성임원 확대, 경력단절 문제해결이 관건
여성 중간관리층 취약하면
여성임원비율 법제화도 무용지물
일·양육 양립 가능한 풍토조성
유연근무제 등 조기 정착시켜야




최근 국회에서 공공기관 여성 임원비율을 30%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여야 공동으로 제안됐다. 시행일부터 3년차까지는 15%, 5년차까지는 30%를 목표로 하고, 이행하지 않는 기관은 명단 공개를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공공기관 여성 임원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 노력하라는 인사 운영 지침이 권고 사항으로 나왔지만 잘 시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의무 사항이 아니란 점도 있지만 승진할 수 있는 여성 중간관리층이 두텁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근본 원인은 여성의 경력 단절에 있다.

할당제는 취약한 계층이 기회를 얻지 못할 때 기회를 주는 촉진 정책이 돼야 하지만 오히려 준비된 다른 사람에게 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여성 임원 할당제’는 여성 인력이 충분히 확보된 조직에서는 촉진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남성의 경력 개발을 저해하는 규제 정책이 될 수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남녀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공통적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라는 반응이었다. 여성인 변정현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여성 임원 할당제보다는 여성들이 중간 경력 단계에서 끊어지지 않고 고급 또는 상위 단계의 경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유능한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그 사람이 여성이라면 일반 여성 직원들은 그녀를 롤모델 삼아 경력 개발을 할 것이지만 전문성과 윤리성을 검증받지 못한 사람이 단지 여성이기에 임원이 된다면 오히려 능력 개발과 발휘의 동기가 저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인 김재현 고려대 연구교수는 “여성 임원비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든 환경 때문”이라며 “임원 할당제 법제화 이전에 먼저 출산과 육아를 하더라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임신ㆍ출산ㆍ육아로 인해 경력이 끊어지는, 이른바 경력 단절 현상은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될 수 있을 만큼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풍토와 지원이 있었는가는 유럽 국가들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 곡선과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여성 임원을 많이 배출한 유럽 국가들은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20대에 일자리에 진입해 50~60대까지 지속적으로 경력을 이어간다. 그래서 임원으로 발탁 가능한 여성 전문 인력층이 두텁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임신ㆍ출산ㆍ육아를 주로 경험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일을 그만뒀다가 그 이후에 다시 일자리를 찾는 패턴인 ‘M자형’의 경제활동 참가 모습을 보인다.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속적인 전문 경력을 충분히 축적한 여성 인력의 층이 두텁지 못한 이유가 된다.

한국 20~30대의 경우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교원임용시험 등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거나 대등하기 때문에 이 세대가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간다면 많은 수의 여성 고위직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결국 경력 단절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여성 중간관리자들을 임원 승진이 가능한 핵심 보직에 기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여성 친화 직종 및 일터를 선정해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적극적 보육 지원과 모성 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동시에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 고용형태가 다양화되면 경력 단절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여성 경력 단절 문제가 해결되면 여성 중간관리층이 보다 두터워질 수 있으므로 여성 임원 확대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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