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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PPL 하나를 해도 가슴에 남아야”
국내 최고 PPL마케팅 전문가…임범 이노션 팀장
드라마 완성도·재미가 우선
제작진·스폰서와 끊임없이 소통



다음 달 대작 드라마 한 편이 방송을 탄다. ‘아이리스2’다.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히트작의 속편이라 국내ㆍ외에서 관심이 높다. ‘아이리스2’에는 다른 작품에선 보기 힘든 특징이 하나 있다.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가 마케팅 총괄을 맡은 것이다.

이노션은 50여개나 되는 광고주들을 컨트롤 하며 제품이나 브랜드를 작품 속에 PPL(Product Placement), BPL(Brand Placement)의 형태로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드라마 제작단계부터 언제 어떻게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할 것인가를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고 시행한다.

이를 지휘하는 것이 임범<사진> 이노션 브랜드플레이스먼트 팀장이다. 이노션은 종합광고대행사로는 최초로 PPL전담 조직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임 팀장은 수년째 이 팀을 이끌고 있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재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제품이나 브랜드 가치를 녹여야 하기 때문에 제작진과 스폰서 기업 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작품 한 편 시작하면 5개월 정도는 집에도 잘 못 들어간다. 몇억원씩 들여 자동차ㆍ전자제품을 싣고 해외 촬영지에 가야 할 때도 많다. 우리 팀원들은 대본을 아예 달달 외울 정도다”

임 팀장은 PPL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다. 개념도 생소하던 2004년 드라마 ‘불새’에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를 등장시켜 제품의 히트에 일조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이 원빈에게 건네 주던 허쉬초콜릿도 그의 작품이다.

무엇보다 국내 PPL 역사를 다시 썼다는 전작 ‘아이리스’가 그의 손을 거쳤다. 기아차의 K7의 경우 드라마 속에 멋지게 등장하면서 출시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고집과 열정ㆍ철학을 기업이 이해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자동차 한 대 등장시키는 데도 조건이 많았다. 부서지면 안 되고, 화면 속에 경쟁사 차종이 나와도 안 됐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아이리스가 전환점이 됐다. 이제는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기 제품에 대한 의견을 들고 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PPL은 우리 영상 콘텐츠 산업과 함께 반드시 같이 커 나가야 할 분야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운 점도 많다. 임 팀장은 “지상파 방송국들과 달리 콘텐츠의 대다수를 생산하고 있는 외주제작사는 여전히 직접 PPL 영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방송광고공사에 상당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산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구조가 더 클리어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PPL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옛 영화 이야기를 한 편 꺼냈다. “어렸을 때 영화 첩혈쌍웅을 보는데 후반부에 주윤발이 하얀 지프차를 타고 석양을 보면서 성냥개비를 씹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그차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좋은 PPL은 많이 등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슴에 남아야 한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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