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램 에반스 브루넬大 디자인대학장
경영 컨설팅에 질린 기업들 디자인경영에 매료
모든 문제 해결방안 디자인적 관점서 재해석
디자인 모른채 경영학 공부한다는건 어불성설



[런던=윤정식 기자]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영국 날씨 속, 영국 억스브리지(Uxbridge)로 향했다. 수도 런던의 서부 외곽에 위치해 한국으로 치면 일산 정도 되는 지역이다.

겉보기에는 유유자적 한가로운 듯 보이는 캠퍼스의 브루넬 대학교(Brunel University)는 사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이삼바드 킹덤 브루넬(Isambard Kingdom Brunel)이 설립한 종합대학이다. 시초가 암시하듯 공대와 디자인 엔지니어링 단과대학이 특히 유명하다. 이 가운데서도 디자인경영(Design Management)은 명실공히 영국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 초 억스브리지 브루넬 대학의 그램 에반스(Graeme Evans·사진) 디자인대학장을 만났다. 그는 바야흐로 MBA 시대의 종말을 고언했다. 디자인을 모른 채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앙꼬 빠진 찐빵이 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에반스 학장을 만나기 전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참관했다.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인 줄 알고 들었던 수업은 교재 맨 앞장을 펼쳐 보고서야 디자인 커리큘럼의 일부인 ‘인터브랜딩(Inter Branding)’ 석사과정(MA) 수업임을 알았을 정도다.


에반스 학장은 “디자인경영은 MBA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지만, 거기에 덧붙여 경영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기업들은 이미 MBA 전공자들보다는 디자인경영을 전공한 인재들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가 경영현장으로 뛰어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디자이너를 원한다는 것.

경영 컨설팅을 예로 들면 적나라한 비교가 가능하다.

어떤 업종의 기업이든 경영 컨설팅을 받게 되면 조직원에 대한 평가는 필수다.

이에 대해 에반스 학장은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방법은 제각각 다르지만, 경영 컨설팅의 평가란 잘하는 사람에게 당근을, 못하는 사람에게 채찍을 가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면서 “하지만 이는 경제적 합리성을 떠나 명예나 자존심을 중시하는 인간 본연의 감성적인 속성을 간과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컨설팅일지 몰라도 사람이 중심인 회사 경영에서 나중에 독이 되는 컨설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는 경영 컨설팅에 신물을 내기 시작한 기업들이 새롭게 빠져든 것이 바로 디자인경영이라고 역설했다. 그 중심은 바로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다. 그는 “조직의 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의 확보를 위해서지만, 많은 조직이 정작 중요한 조직원들 즉, 사람의 마음은 얻지 못한 채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하곤 한다”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기업을 포함해 현재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과거 십수년 전부터 이를 간파하고 ‘사람’을 모든 행동의 중심에 놓는 디자인 경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거스름 잔돈을 저축하는 수단을 저금통 대신 카드로 옮겨 놓은 새 카드를 디자인했다.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꾸준히 읽어 낸 결과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경영의 교과서 같은 사례다.

결국 에반스 학장과의의 대화는 과거 유럽이었던 제조업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한 것과 같이, 디자인 수도(Design Capital) 역시 영국 런던에서 한국 서울 같은 아시아 국가로 이동이 가능할까로 이어졌다.

에반스 학장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런던이든 서울이든 도쿄든 파리든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변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화의 수준은 줄세우기가 가능했지만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누가 더 높은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특색에 맞게 변모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향후 10년 안에는 지구상에 수많은 디자인 수도가 생길 것이라는 것.

그는 최근의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와 함께 기대 섞인 목소리로 “결국 금융위기로 인해 위축되는 것도 디자인산업일 것이고, 금융위기를 가장 영국식으로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디자인경영을 활용한 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