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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가 아파트의 굴욕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시세보다 낮게 내놔도 언제 계약될지 장담은 못 드립니다. 워낙 시장이 안좋아서 매수는커녕 문의조차가 없는 건 감안하셔야 해요. 실거래가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최근 수 개월 동안 거래 한 건도 하기가 어려웠어요. 특히나 평수가 큰 거는 아무리 시세보다 싸게 초특급 급매가로 내놔도 거래가 잘 안돼요”

이처럼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겠다는 전화를 받아도 부동산중개업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혹시나 매수자인가 싶어 반갑게 전화를 받다가도 매도자라는 걸 알고는 목소리 부터 달라진다. 나오는 매물들은 많은데 매수자가 없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매물 관리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 장기화가 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괜찮던 소형 아파트까지 하락하고 있지만, 중대형의 고가 아파트가격 하락폭이 워낙 커 5분위 배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11일 리얼투데이가 작년 12월 기준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값을 5등분 해 상위 20%의 평균가격을 하위 20%의 평균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3.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서울 5분위 가격은 9억964만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9억3389만원보다 낮았다. 이는 또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 수치다. 경기가 안 좋았던 것은 마찬가지인 지난해 1월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해 1월 서울 아파트값 5분위는 10억2578만원으로 1년 사이 무려 11%가 떨어졌다. 고가 아파트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형 아파트의 역시 가격 하락에 합세하면서 1분위 가격도 최근에는 낮아지고 있다. 서울 1분위 가격은 작년 12월 기준 2억3103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 2억4053만원보다 4%가 떨어졌다. ‘5분위 배율’은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의 가격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5분위 배율은 5.1로 역시 조사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5분위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9년 8월로 8.1을 기록했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 50곳의 시가총액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87.2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인 11월보다 0.6포인트, 전년동월대비 10.3포인트 각각 하락한 수치다.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체 가구의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시가총액을 기준(100)으로 2010년 2~3월에 104.6으로 고점을 찍었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들어가 2011년 2월 이후 현재까지 18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유례없는 부동산 침체로 미래 아파트 투자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가 주택 매입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하고, 특히 전세물량의 대체 상품인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1분위와 5분위 가격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면서 “또 지난해 취득세 감면혜택도 상대적으로 고가아파트의 혜택폭이 적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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